우리네 삶은 즐거움보다 고달픔의 연속일 때가 많고 대개는 우환이 그 원인이 됩니다. 이럴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은 일은 더 추켜 주고 궂은 일은 서로 거들어주는, 이른바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아름다운 풍속을 오랫동안 지녀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예로부터 전해오는 <백짓장도 맞들면 가볍다>라는 속담이나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성어(成語)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언론매체를 통하여 널리 알려진 바이지만 저희 영남대학교 가정관리학과의 조미경 학생이 백혈병과 투병한지 벌써 일 년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미경이네 형편에 그 치료비는 엄청난 것이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터에 미경의 학우들이 발 벗고 치료비 모금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처음부터 역부족인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저희 학생들은 굽히지 않고 모금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음악대학생들이 음악은 진정한 사랑의 세계임을 몸소 실천하려고 자선(慈善) 음악회(charity concert)로 나섰습니다.
사실 우리들 주변에는 자선을 내걸고 겉만 꾸미는 프로파겐다(propaganda)의 속성을 지닌 행사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행사를 마련하는 음악대학의 <작은 마음>이라는 뜻을 지닌 동아리 T.L.H(The Little Heart)는 1990년에 창단된 이래 창조적인 연주와 연구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자선음악회를 준비하는 작은 마음도 기실은 커다란 마음의 일부라고 하겠습니다.
제아무리 우리네 삶이 고달플지라도 미경이를 돕는 일처럼 작은 마음들의 모임이 있다면 그것은 고달픔을 씻어버리고 더불어 사는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릇 인간이란 더불어 삶의 뜻이요 사람이란 사랑이란 말의 어원(語原)이 됩니다. 우리가 미경이와 함께 살고자 오늘밤의 자선음악회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곧 작은 마음이요 아름다운사랑의 실천이라 할 것입니다.
동네방네 어느 곳이든 미경이의 소식을 들었거든 십시일반으로 작은 마음들을 가지고 나오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또 우리 미경이의 소식 들었거든 함께 기쁘게 웃을 날을 기대해 봅시다. 아직은 배움 중에 있는 학생들이지만 이름 높은 여러 교수님들을 모신 소리모임이어서 반드시 나오신 보람을 드릴 것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1995. 12. 6.
영남대학교 음악대학장 이 해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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