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규 시조

국악가곡/박금규 시조, 이해식 작곡 [사랑 산가].

노고지리이해식 2007. 3. 19. 22:37

 

[사랑산가]는 본 블로그 카테고리 [이해식의 가곡작품들]에도 있습니다.  

 

 

 박금규시조, 이해식작곡 [사랑 散歌]

 

金靜子 敎授 華甲기념 음악회 헌정작품

 

 2002. 9. 23. 국립국악원 예악당/서울.

노래/강권순, 젓대/유기준, 25현금/이지영

 

 

눈 감으면 지척인 것이 눈을 뜨면 천리인 걸

산이 막혀 물이 막혀 꿈에서나 오가는 길

누가 無信타 하랴 살뜰하신 그 모습.

 

            아련히 떠오르는 화사한 낯꽃이다

            자욱마다 피는 꽃잎 말씀마다 돋은 향기

            밤마다 오시는 임하 꿈길로 오신 임하


물길 천리 꿈길 천리 안개 눈길 이천리 길

기러기 되돌아오고 소식 한점 띄울 수 없나

그 하늘 먹구름 인다. 앉아서도 아플사.

 

                         위의 시조는 박금규, 『슬픈 戀歌』(全州: 新亞出版社, 1993), 58~59쪽.


작곡 노트

위의 「사랑 散歌」는 朴金奎(원광대학교 교수)의 시조집 [슬픈 戀歌]에서 얻은 것이다. 내가 이 시조에 끌린 까닭은 제목에 ‘散’이란 글자가 들어 있어서이며, 곧장 읽어본 시조가 마치 산조와 시조를 합한 <散時調>요 가슴에 와 닿는 사랑 산조였기 때문이다.

‘散’의 물리적 의미는 에너지의 저하이지만 해체적 의미는 陰的인 entropy가 증가되어 그 궁극은 사랑과 자유에 이르니, 散時調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김정자교수가 내게 주신 [六鞱三略]이란 寶鑑에 “實도 있고 虛도 있고, 實도 없고 虛도 없으니 그 뜻이 어떤 연고인가(有實有虛 無實無虛 其志何故哉耶)” 하면서 “無實은 바른 마음으로 본심을 지킴이요(無實 正心守本) 無虛는 참다운 재주가 나타남이요(無虛 眞材出現)...”라 했는데 散과 사랑이 또한 有實有虛 無實無虛와 상통한다고 본다. 한편 국악하는 사람들이 흔히 득음 득음하지만 [六鞱三略]을 보니 정작 득음이란 곧 無虛에 다다름이요, 사람들이 흔히 사랑 사랑하지만 참다운 사랑이란 모름지기 無實에 이르름이다.

無實을 지향한 「사랑 散歌」는 노래ㆍ젓대ㆍ25현금의 각 성부가 해체 변주되고 독립된 삼중주이다. 즉 독주ㆍ독창이든 이중주든, 어느 편성이라도 entropy가 가능토록 작곡되었다. 그리고 각 성부 사이에 반음으로 遭遇(encounter)되는 소리를 계면 노트(note)라고 이름하였다.

나의 가곡작품 「사랑散歌」를 삼가 김정자교수의 회갑기념작으로 헌정한다.


                                                                                    2002. 9 . 13.    이해식.

 

해설(2002. 12. 10. 가야금4중주단 井 창단연주회, 박달님ㆍ조보연ㆍ백은선ㆍ김정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전주)

「사랑 散歌」는 朴金奎(원광대학교 교수)의 시조집『슬픈 戀歌』에 있는 三首로 된 사랑시조이다. 이 시조는 음악적인 요소까지 모두 함축하고 있어서 내가 달리 더 아름다운 곡을 붙이기가 그리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끌린 까닭은 시제(時題)에 <散>이란 글자가 들어 있어서이다. 다시 말하면 마치 산조작곡에 산조와 시조를 합한 <散時調>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사랑 散歌」에서 노래와 기악이 반음 사이로 조우(遭遇 encounter)하는데 이는 散의 해체적 의미에 부합되는 陰的인 entropy로써 사랑과 자유를 추구하는 진계면의 다른 표현이라 하겠다. 나는 이런 형태를 계면 노트(note)라 이름하였다.

「사랑 散歌」는 원래 노래ㆍ젓대ㆍ25현금의 3중주인 것을 <가야고4중주단 井>의 위촉으로 노래ㆍfluteㆍ가야고4중주로 편곡한 것이다. 2002년도 작품(이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