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 2

로비 문화에 관하여: 영남대학교 국악과 26회 정기연주회. 2007. 10. 24.

노고지리이해식 2007. 10. 13. 10:19

 

 

 

 

로비 문화에 관하여

 

 

   로비(lobby)는 호텔이나 연주회장 등의 대형 건물에서 통로와 응접실, 휴게실을 겸한 서양식 개념의 건축적 공간(western architecture space)을 말합니다. 우리 나라의 전통으로 치자면 사랑방, 또는 사랑채요 나아가 사람들이 모이는 큰 마당이나 동구(洞口)가 될 것입니다.

   요즘은 우수한 공연장일수록 미리 와서 대기하는 관객이나 청중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시설이 잘 꾸며진 로비를 갖추어 놓고 있으며, 본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작은 규모의 로비 음악회(pre concert)로 분위기를 상승케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른바 현대 생활에 있어서의 로비 문화라 하겠습니다.

   또한 로비는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에 공연 프로그램을 미리 읽거나 사람들과의 문화담론으로 공연 이해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이에서 더 적극적이라면 연주회나 전람회에 오기 전에 CD 등의 다른 매체로 음악을 미리 들어보거나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악보까지도 섭렵해야 할 것입니다. 미술전람회라면 사전에 간단하게나마 미술사라도 읽어본다면 전람회의 발걸음(promenade)이 한결 유쾌해질 것입니다. 이것은 자기 삶을 한결 윤택하게 하는 자기 수련의 한 가지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로비 생활은 자동차 길이 막히고 탁한 공기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의 우리에겐 그리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의 대학 연주회나 공연을 보다 적극적으로 선용(善用)하는 지혜를 가져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왜냐면 대학인은 지성인(intellectual)의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참된 지성인이란 정신적인 공간, 즉 정신적인 로비 공간을 가진 사람이라 이르고 싶습니다. 오늘 영남대학교 국악과 정기연주회가 여러분의 정신적인 로비에 보탬이 되어서 프러스 +지성인으로 up grade되는 기회가 된다면 그간의 연습에 땀을 흘린 지휘자와 연주자들에게 기쁜 보람이 될 것입니다. 또한 저희 연주회에서 전통의 맥박(pulse)과 함께 흥겨움을 느꼈다면 그것은 무의식 중에 자기 생명체를 확인하는 성찰의 기회라 하겠습니다. 오늘 저희 국악과의 정기연주회에서 로비에 가득 넘치는 국악 담론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2007. 10. 24.

 

                                                                                   영남대학교 국악전공주임 이해식

 

 

 곡목 해설(이해식)                                           

   

                                                            

 

    이준호 작곡 관현악 축제

   축제는 잔치이다. 어느 때 보다도 잔치가 벌어지는 동안만은 사람이 진솔해짐과 들뜨는 흥분이 동시에 일어남이 곧 축제의 힘이다. 이런 의미에서 축제는 사람이 재창조하려는 기대와 재생하는 기회를 함께 갖게 하는 기제(基劑)가 된다. 작품 「축제」에는 축제의 의미와 작곡자의 기지(奇智)가 깔려 있다.

 

 

    박범훈 작곡 <창부타령> 주제에 의한 피리협주곡

   일반적으로 경기 무가(巫歌)로 알려진 <창부타령>은 경쾌하고 따라 부르기 쉬워서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러한 <창부타령>를 그 소리가 차지고(찰 소리) 쫀득한 피리로 연주하는 흥겨움에 더하여 이를 대규모의 국악관현악으로 협주함은 배가(倍加)된 흥겨움이라 하겠다. 이 곡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맥박이 공통으로 놀고 있다.

 

 

    이준호 작곡 남도민요(독수공방ㆍ동해바다ㆍ각시풀)

   남도(南道)는 남국(南國)이다. 따라서 남도 민요에는 극적이고 굵은 목을 굴러내는(搖聲) 남국의 계면조 정서가 흠뻑 배어 있다. 민요는 과거의 것이면서도 <독수공방> <동해바다> <각시풀>과 같이 언제나 현재의 신민요로 다시 창조되는 생명력이 있다. 이들 신민요는 경쾌하고 빠른 장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종선류(편곡/김희조) 산조 주제에 의한 아쟁 협주곡

   한일섭(1929~1973)이 아쟁으로 타는 산조 가락은 그 깊이를 모르는 처연(悽然)함에서 우러나오는 에너지가 듣는 이를 숙연(肅然)케 한다. 아쟁 소리는 강렬한 접착성과 질기고 억센 음향, 까칠한가 하면 인간적인 음색이 누구에게나 감흥(感興)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아쟁 산조를 현대적인 음향으로 더 풍성하게 편곡한 것이 산조 주제에 의한 아쟁 협주곡이다. 장단은 진양 - 중모리 - 중중모리 - 자진모리 구성이다.

 

 

    이준호 편곡 민요 연가

   민요를 잇대어서 부르니 연가(連歌 medley)요, 이게 사랑의 노래이니 연가(戀歌 love song)라고 하겠다. 무릇 민요란 통시적(diachronic)으로 타고 내려오는 음악이어서 삶의 채취와 호흡의 이끼가 생생하게 끼어 있기 마련이다. 오늘 두 가지 뜻의 연가로 부르는 민요들은 경기지역이지만 실은 우리 모두의 조화(調和)요 마음의 손을 잡은 화합의 고리이다.

 

 

    이경섭 작곡 멋으로 사는 세상

   멋은 맛에서 나온 말이다. 맛은 인류가 태생적으로 추구하는 본능같은 것이다. 그러니 「멋으로 사는 세상」은 <맛>과 관련하여 초유(初有)의 한 평생과 같은 뜻이 되겠다. 또한 흥이 없으면 멋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흥은 멋의 진한 에스프리(esprit)이다. 「멋으로 사는 세상」은 맛으로 드리워진 <멋진 세상>이다. 그것이 국악적인 토리(idiom)이면 더욱 그렇지 아니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