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Vivaldi-이해식 편곡 [사계] 중에서 '겨울'
A. 비발디-이해식 편곡 [사계](四季) 중에서 '겨울'
<가야금 앙상블 사계>(四界) 창단연주회 위촉 편곡.
가야금앙상블 [사계] 창단사
안녕하세요?
가야금앙상블 사계(四界)입니다.
아시아琴교류회에서 이해식 교수님 편곡의 비발디 <사계>(四季) 중 “가을”로 저희가 처음 무대에 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첫 앙상블을 하면서 저희는 선배들이 악기개량을 통해 열어놓은 가야금의 한층 넓어진 지평에 서게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국악을 통해 저희는 그 지평에 들어섰습니다. 이제 저희는 국악을 딛고 가야금을 통해 보편적이면서 동시대적인 음악의 세계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동안 궁극적인 우리 것, 나아가 ‘우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편협한 사람들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합니다. 얼핏 겉모습을 보면 같은 마음을 가진 것 같지만 실은 남이 자기와 같기만을 서로 바랍니다. 그러나 저희가 바라보는 것은 화이부동(和而不同)한 삶입니다. 너무 잘 조화되어 있어서 마치 그 하나하나가 개성이 없을 것 같은데, 실은 각기 다른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이 큰 조화 속에서도 그것 그대로 빛을 내고 있는...
이름이 나와 같다고 해서 나인 것은 아니듯이 이름만 우리 음악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우리 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 속에서 저희는 배웁니다. 진정 우리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각기 다른 개성의 사람들, 다양한 언어와 장르, 그리고 이질적인 시대를 껴안고 넘어서는 사랑이라는 것. 우리는 이 시대의 보편적 현상인 기계적 음향을 껴안으려고 합니다. 또 대중음악의 솔직하고 생기있는 기운을 만나려고 합니다. 서양의 고전음악을 가야금으로 연주함으로써 이미 있는 곡들의 보편성을 더욱 살갑고 섬세한 차원으로 초대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런 실험들을 있을 수 있게 해 준 우리 전통의 따뜻한 온기를 거기에 불어 넣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의 손길과 숨결로써 건강하고 아름다운 음악의 몸을 낳으려고 합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욱 절실한 것임을 저희는 잊지 않습니다.
줄 백 개 맞추는 것, 연습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도 그것이었고 저희를 가장 기쁨에 떨게 했던 것도 그것이었으며, 오늘 저희가 하려고 하는 것도 그 이상은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희는 백 개의 줄을 맞추는 것이 그저 기술에 그치는 문제가 아님을 압니다.
오늘 이 연주회는 저희가 연 것이 아니라 마치 저희에게 열린 것 같습니다. 그것은 이 연주회가 이미 저희 넷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보기 때문입니다. 음악하는 마음을 낳아준 우리의 전통음악, 그것을 전해주신 연주와 작곡의 스승님들, 그리고 악기를 위해 일하신 분들, 이 모든 분, 모든 것들이 저희에게 이 연주회를 열어주신 것입니다. 특별히 열성을 다해 곡을 써주시고 지도해주신 이성천ㆍ이해식 교수님, 어어부 밴드의 장영규님, 전순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가야금앙상블 사계의 인연을 맺어주시고 말씀에 목말라 할 때 그 갈증을 해소시켜 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이재숙ㆍ김정자 강사준 황준연 오용록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악기를 협찬해 주시고 흔쾌히 저음가야금을 제작해주신 국악기연구원 고흥곤 사장님, 항상 같은 마음의 <나는 기획> 식구들, 권병준 씨, 의상과 무대미술로 음악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신 다지이너 정구호 씨, 사진작가 조은장 씨, 노래중생, 민음련, 그리고 더불어 함께하던, 그리고 언제나 믿음을 주는 김진경 정효성 님께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오늘 상 받는 것처럼 기쁩니다. 상 받을만한 일한 것 하나도 없지만 어느 시인이 상 받으며 한 말을 한 번 떠올려 봅니다.
“요절의 운명과 싸우겠습니다.”
편곡노트(편지)
안토니오 선생님!
선생님은 수사(修士)로서 음악학교의 교사였으니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군요.
선생님의 [사계]를 의욕이 넘치는 한국의 처자(處子)들이 가야고 4중주로 연주합니다. 1998년의 <가을>에 이어서 <겨울>입니다. 겨울은 잉태의 계절인데 [사계]의 <겨울>도 그렇지요?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그들 동아리의 명칭도 <가야고 앙상블 사계>(四界)입니다.
<가을>을 연주할 때는 선생님의 시대와 273년이나 되는 시간의 장벽을 넘은 연주라고 했습니다. 실로 장구한 세월이지요. 그러나 실제로 시간은 탄력성이 있으며 운동에 의해서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증명(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선생님이 외계에서 273년을 광속(光速)으로 여행하는 동안 지구에서는 20여년 정도의 시간만 흐른 것입니다. 물론 시간만큼 공간도 근접되어 있습니다.
지금 구태여 시공(時空)을 얘기하는 건 선생님 시대와 현대 한국의 가야고4중주단이 연주하는 <겨울> 사이에 별반 음악적인 거리가 없음을 강조하려 함입니다. 하물며 좋은 작품과 좋은 연주가 지구상의 모든 장애를 초월할 수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말인즉 안토니오 선생님께서도 <앙상블 사계>의 연주를 들어보면 참으로 만족하실 거라는 확신이 선다는 뜻입니다.
한국적으로 퍽이나 새로운 감각의 여인상을 타고난 <가야고 앙상블 사계>가 활동하는 한 선생님의 음악혼도 영원할 것입니다. 안토니오 비발디 수사님! 어서 한국으로 오십시오. [사계] 연주는 수사님을 위한 예배의 시간입니다.
1999. 12. 2. 편곡자 이해식 올림.
-sonetto Dimostrativo- (사계 score에 적혀있는 표제들)
A 차가운 눈에 덜덜 ㄷ떨며
B. 억센 바람이 부는 곳을
C. 끊임없이 제자리 걸음 하면서
뛰고 있다.
D. 너무 추어서 이를 악물지
못하고 떨린다.
E. 따뜻한 난로가에서 사람을 포근히
쉬는 사이에
만물은 비에 흠뿍 젖는다.
F. 얼음 위를 천펀히 걷는다.
G.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H. 힘차게 걸어 보았더니 순식간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I. 일어나서 다시 얼음 위를 힘차게
걸어보았지만
L. 또 넘어져서 얼음이 깨졌다
M. 닫아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N. 봄바람이 북풍을 쫓는 듯이 불고 있다.
이것이 겨울이다.겨울도 이런 즐거움이
1악장 Allegro non moltoㆍ2악장 Largoㆍ3악장 Allegro
Kyung-Wha Chung plays and conducts Vivaldi's 'WInter' from the Four Seasons, with a group of young musicians she herself organised(organized) and trained. Filmed in 1997.
정경화가 사계중 (겨울)을 연주하고 지휘하며 자신의 젊은 그룹을 조직하고 훈련하고 있다. 1997년 촬영.
겨울 제1악장 : 얼어붙을 듯이 차가운 겨울. 산과 들은 눈으로 뒤덮이고 바람은 나뭇가지를 잡아흔든다. 이빨이 딱딱 부딪칠 정도로 추위가 극심하다.
제2악장 : 그러나 집안의 난롯가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득차 있다. 밖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제3악장 : 꽁꽁 얼어붙은 길을 조심스레 걸어간다. 미끄러지면 다시 일어나 걸어간다. 바람이 제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소리를 듣는다. 이것이 겨울이다. 그렇지만 겨울은 기쁨을 실어다 준다....
사계(四季)는 4개의 Violin 협주곡으로 되어있다. 몰아의 경지에 이른 역동적이고 정열적인 연주는 '현의 마녀' 인 鄭京和 이기에 가능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테크닉. 세계적 스타 鄭京和의 연주 스타일은 가히 매혹적이며 폭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