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졸라

피아졸라 탱고(Astor Piazzolla's tango)

노고지리이해식 2011. 4. 4. 02:19

 

 

 

피아졸라 탱고

 

                                  Astor Piazzolla, The Next Tango,

capture from Deutsche Grammophon DVD 0734319.

 

 

back music: A. Piazzolla-春光乍洩, Finale

 

 

 

 

 

-피아졸라 국악-

이해식(국악과 교수)

 

탱고(tango)로 유명한 피아졸라(Astor Pantaleon Piazzolla 1921~1992)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발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일생을 오로지 탱고만 연주하고 작곡하여 아르헨틴 탱고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의 리베르(Liber/Liberty) 탱고는 셀 수 없는 version으로 편곡, 연주되었는데 특히 첼리스트 요요마(馬友友, Yo Yo Ma)의 음반이 널리 퍼져있고 우리 나라의 정명훈이 지휘한 산타세실리아 심포닉 탱고는 아주 명연주이다.

탱고는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의 노래와 춤으로써, 스페인과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이 얽힌 아주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르헨틴 탱고는 문맹자와 같은 아주 비천한 밑바닥 사람들의 민속음악에서 비롯되어서 초기에는 일반사회로부터 음악과 춤으로써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렇다 할 역사적 문헌이나 자료가 아주 영세하다. 이러한 탱고가 비상한 춤 재주를 가진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서 유럽으로 다시 역수입되어서 오늘날의 continental tango가 되었다.

그러니까 탱고는 원조인 아르헨틴 탱고가 있고 유럽 탱고가 있는데 이 둘은 춤사위에 있어서 확실한 차이가 있고 음악의 시김새(nuance or idiom)도 다르다. 아르헨틴 탱고의 춤 동작은 영화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에서와 같이 acrobatic한 발동작이 많고 유럽 탱고의 춤 동작은 promenade position(P.P.)과 staccatic한 head acting이 돋보이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댄서의 근육은 아주 부드럽게 동작한다.

아르헨틴의 음악은 반도네온(bandoneon)을 빼어 놓을 수 없다. 이 악기는 1840년경에 독일의 하인리히 반트(Heinrich Band)가 발명했는데 축소된 아코디언으로 보면 된다. 이 반도네온이 1880년경에 아르헨티나로 들어와서 탱고를 아주 애상적이고 영탄적으로 흐르게 하여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을 매혹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 악기가 넓은 음역, 가슴을 후비고 드는 깊이 있는 음색과 볼룸, 무엇보다도 역동적인 staccato 연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반도네온으로 연주한 피아졸라의 Oblivion(망각)을 듣는 동안은 제목 그대로 망각의 삼매경(?)에 빠져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해식이 해금 5중주로 편곡하여 <가야금 앙상블 사계>가 연주한 Oblivion CD가 해외로 발매되어서 독일의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의 춤음악으로 편입된 적이 있다. <가야금 앙상블 사계>를 들어보면 우리 나라의 해금도 결코 반도네온에 못지않은 독특한 표현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음악이나 춤이든지 최초에는 기층적인 민속(bottom folk)에서 시작하여 점차 세련되고 연주회용 음악으로 작곡되고 또 춤이 된다. 유럽의 왈츠와 폴로네이즈는 F. 쇼팽에서 의해서, 미국의 재즈는 G. 거쉬인에 의해서, 발칸 반도의 민속음악은 그 지역 연주가와 작곡가들에 의해서 세계적인 음악이 되고 인류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이처럼 소중한 음악 유산의 근저에는 각기 그들의 국악이 있기에 가능하였다. 즉 J. 시베리우스는 핀랜드의 국악을, F. 리스트와 B. 바르톡은 항가리의 국악을 그들의 작품으로 실천한 그들 나라의 국악작곡가이다.

국어(國語)ㆍ국사(國史)ㆍ국악(國樂)에서의 <國>의 의미는 동일하다. 나라 <國>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사회상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 이를 풀어보면(解字), 국경, 또는 담(囗) 안에서 무기(戈)를 든 병사(口)가 땅(一)을 지킨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국악이란 나라 안에만 머물러 있어서 그만큼의 하늘만 보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국악이란 피아졸라와 같이 탱고를 아르헨티나의 국민음악(국악)으로 뿌리 내리게 하고 나아가 세상 사람들의 음악이 되게 할 때를 말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피아졸라는 아르헨티나 국악작곡가이다(이해식의 daum.blog.net/hsik42에서 <가야금 앙상블 사계>의 망각(Oblivion) 동영상을 한 번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이해식(국악과 교수)

                                                                                                                

 

 

참고 문헌

이해식, “외래의 춤음악과 한국음악의 접근론,” [韓國音樂硏究] 第34輯(서울: 韓國國樂學會, 2003), 63~65쪽;

이해식, [산조의 미학적 구조론](경산: 영남대학교 출판부, 2006), 473~4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