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식의 논문집: 산조의 미학적 구조론
이해식 지음 [산조의 미학적 구조론], 경산: 영남대학교 출판부, 2006. 574쪽.
2007년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선정
1. 민요채집을 위한 기기 사용론
2. 수제천의 선율구조
3. 장단의 논리에서 적용으로
4. 경상도쪼 민요의 통시성과 토속성
5. 경북지방의 전승동요 연구
6. 동동의 구조
7. 이성천의 평론에 투영된 내 작품양식의 재접근
8. 산조의 미학적 구조론
9. 외래의 춤음악과 한국음악의 접근론
10. 한국의 상여소리 연구
머리말
나는 대학 졸업과 함께 KBS 라디오의 국악 프로듀서가 되면서부터 토속민요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시절 토속민요는 나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는 새로운 동력소가 되었고, 작곡을 하는 데는 싱그러운 활력소가 되었다. 당시에 <민요의 고장>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집으로 전국의 상여소리를 모아서 <저승으로 가는 노래- 향두가>를 제작, 방송하였는데(1976. 8. 29. 11:10. am), 이 프로그램은 내 젊었던 프로듀서 시절의 열성과 의욕이 집약된 작품이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상여소리 연구”라는 논문으로 확대되었다.
내게 프로듀서가 적성(適性)이었음의 한 가지는 녹음기와 같은 여러 가지 방송 기기(器機)들에 관한 흥미유발에서 비롯된다. 활성적인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지방 취재(field work)에는 녹음기와 함께 나는 항상 카메라를 꾸려갔다. 이런 습관에서 얻어진 사진들이 “민요채집을 위한 器機 사용론”에서 유용한 자료가 되었다. 이 논문은 원래 아카이브(archive)와 관련하여 “民謠採集의 硏究入門”(1983)이라는 논제로 내가 현장 답사에서 경험했던 녹음기와 사진기의 사용 방법론을 서술한 것이다. 작금 녹음기와 사진기는 완전히 디지털(digital)화 되어서 보다 향상된 음질(音質)과 화질(畵質)을 얻을 수 있고 또 소형화 되어서 휴대하기에 편리해졌다. 특히 디카(dica/digital camera)는 이 논문에 간략하게 첨가하는 동안에조차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壽齊天의 旋律構造”(1992)와 “동동(動動)의 구조”(1997)는 강의실의 수업 내용을 정리한 논문이다. “수제천의 선율구조”에서는 <수제천> 전곡을 통하여 오직 한 번 나오는 중려(仲呂 a'♭) 소리를 음고 악센트(pitch accent)로 보았으며, “동동의 구조”는 일정한 악절 구조에 임종(林鐘 b'♭)이 배치되어 있음을 알아낸 논문이다.
“長短의 論理에서 適用으로”는 원래 “長短의 論理에서 創作으로”(1993)였는데, 이 논문을 쓰는 기간은 나의 학문이 얼마나 부족한 지를 스스로 일깨워지게 하는 시간이었다.
“경상도쪼(調) 민요의 통시성과 토속성”(1995)과 “경북지방 전승동요의 연구”(1997)는 문화방송(MBC)의 [한국민요대전] 사업 가운데 내가 경상북도 편에 관여하면서 [한국민요대전] CD를 채보하여 쓴 논문이다. 경북지방의 들노래(農謠)와 범패를 메나리조로 관련지은 이 논문은 원래 “명백한 경상도쪼로서의 토속성”이었다. 메나리(메리)의 어원은, 메(山)+나리(나루)=‘산나루’(山津)가 되는데 ‘나루’는 물과 관련되므로[梁柱東, [麗謠箋注](서울: 乙酉文化社, 1985 重版), 81쪽], 메나리조는 곧 산수(山水)의 음악(謠)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민요대전] 중에서 경상북도의 전래동요가 가장 방대함은 경북편을 착수할 때 전래동요에 관심을 두어보자는 내 조언의 결과이다. 이런 연유로 집필하게 된 “경북지방 전승동요의 연구”는 불과 두 세 소절의 rhyme이나 가락에 여러 의미를 부여한 논문이다.
나의 관현악작품집 [海東新曲]ㆍ[젊은이를 위한 춤, 바람의 말], 국악기 독주곡집 [흙담]에 있는 머리말과 작곡 노트는 내가 작곡을 할 때의 밑바탕이 되는 생각들이다. 이 생각들을 이성천의 평론적 감상문과 융합한 것이 “음악사적 의미로서의 작곡가의 작품양식 연구 ―이성천의 평론에 투영된 나의 작품양식 연구―”(2001)인데 이 논문의 부제(副題)를 이 책에서는 본제(本題)로 앞세웠다. 생전의 이성천교수는 내게 여러 작품을 위촉, 초연뿐만 아니라 방송과 평론적 감상문으로도 많은 관심을 표명하였으며, 지금까지도 나의 작품을 깊이 들여다 본 오직 한 선배이다.
“산조의 미학적 구조론”(2002)은 3박자계의 음악에서 부분적인 엇붙임으로 생기는 역동성과 해학(諧謔)이 미학적 요소가 됨을 공부한 논문이다. 또 오늘날 산조의 유파가 많지만, 본질적으로 산조는 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유파는 구두적 보강(oral supplement)과 관련한 연주적(시김새) 스타일이지 작곡적 스타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이 논문의 일부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유파는 진화적 복잡성(evolutionary complexity)의 한 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파조차도 산조를 아름답게 하는 미학적 요소가 됨은 물론이다.
우리의 토속적인 덜구소리에서 흔히 불리는 가사로
먼 디 사람 보기 좋게, 가깐 디 사람 듣기 좋게
가 있는데, 이는 다름 아닌 춤과 소리를 아름답게 부르려는 민속성이다. 나는 1980년대 후반에 건강을 위한 여가 선용으로 댄스 스포츠(dance sports)에 입문했는데, 이게 근래에는 생활체육으로 국내의 저변에(infra) 급속으로 확대되고 각급 학교 교사들의 연수과목이며, 대학에서는 전공과목으로 자리 잡고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제작되었다. 이런 외래의 댄스 스포츠를 포함하여 세상 어느 곳의 춤이든 몸이 재료이고 수단이고 공통분모로 보는 시각으로, 우리 음악을 Latin American Dance와 관련지어서 쓴 논문이 “외래의 춤음악과 한국음악의 접근론”(2003)이다. 미국 흑인의 재즈와 우리의 민속음악은 함께 기층음악(基層音樂)이라는 데에 공통점이 있고, 안달루시아(Andalucia) 플라멩고(flamenco) 춤에서 치는 케스타네츠(castanets)와 우리의 장고 주법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나는 방송사에서 대학으로 가면 방학을 이용하여 자주 현장답사도 하고 매년 두 편 정도의 논문도 쓸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설렘은 충족되지 않았다. 오히려 방학 기간은 더 분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운데 내 본시 작곡하는 사람으로서 간간이 논문에 공력을 기울였음은 보다 작곡을 잘 하기 위한 방편에서였고 이게 열 꼭지에 이르러서 책 한 권으로 묶음에 이르렀다. 이 논문들은 애초의 논조를 그대로 두고 자료를 보완하거나 문장을 수정하였다. 전문가 여러분의 아낌없는 조언을 바란다.
2006. 6.
―섬― 李海植
참고
위의 "먼 디 사람 보기 좋게, 가깐 디 사람 듣기 좋게"와 상통하는 성구(成句)가 논어 자로(子路)편에 들어 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 기뻐 따르고,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덕을 따라와야 한다."(葉公問政 子曰 近者說 遠者來).
著者 -섬- 李海植(영남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위의 사진은 2002년 5월 9일 수원발 전철 1호선에서 Canon EOS-5로 유은진이 촬영했음.
읽고 있는 책은 Alfred North Whitehead(도올 김용옥 역안),[이성의 기능], 서울: 통나무,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