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창조의 실천을 위하여. 1996년 3월 23일
축하의 말
재창조의 실천을 위하여
李海植(영남대 음대 교수)
피겨 스케이팅이 빙판을 누비는 스포츠라면 볼룸댄스(ballroom dance)는 심층적인 동작으로 이루어지는 마루 위의 아름다운 몸짓입니다. 이 두 가지는 역동적인 페어 댄스(pair dance)라는 점에서 공통입니다.
페어 댄스는 두 사람 사이의 힘의 이동이 균형을 이루는 역학(力學)의 디테일(detail)로 보면 참으로 멋진 학문이기도 합니다. 외형적인 동작과 멋진 학문 성취를 통하여 내면적인 정신이 일깨워질 때 진실로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을 볼룸댄스를 통해서 추구하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C. 작스(Curt Sachs)는 춤은 모든 예술의 어머니라고 했지만 이에서 더 나아가 춤은 인간의 본질이요 생존 그 자체입니다. 사람이 구강언어를 사용하기 이전에 이미 신체언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현재에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영장(靈長)이 된 인간을 표현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맥락으로 보면 한국의 프로와 아마츄어가 어우러지는 오늘의 행사는 참된 삶의 확인이요 생동하는 춤의 시간이요 열띤 공간이라 하겠습니다. 이제 볼룸댄스는 더 이상 감독받아야 할 풍속의 대상이 아니라 건전하게 육성되어야 할 국민체육의 단계를 넘어선지 오래되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한국 볼룸댄스 프로, 아마 믹스 경기대회>는 이 나라에 볼룸댄스를 보급하는 튼튼한 주춧돌이 되고도 남을 것입니다.
춤은 인종과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다양함과 공통성을 가집니다. 하물며 한 나라 안에서 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마음의 문을 닫아놓을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로 보면 춤은 사랑과 재창조의 의지가 샘솟는 근원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의지를 볼룸댄스를 통해서 실천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볼룸댄스의 잔치자리에 이렇게 축하의 말을 드리게 됨을 진심으로 기쁘게 여깁니다. 그리고 이 잔치에서 넘치는 즐거움과 신명이 널리널리 퍼져나가서 부디 빛나는 볼룸댄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국무도교육협회 Pro.-Amateur mix Competition, 1996. 3 .23. 서울 롯데 호텔)
─참고 문헌─
Curt Sachs(金梅子 著), [세계무용사](서울: 풀빛, 1983), 15쪽, 서문.
“춤의 힘,” 「세계 문화 documentary」(KBS-1 TV, 1996. 2. 21. 11:45.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