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ㆍ특강

국악의 인식과 접근(대구 매일신문). 1985. 8. 16.

노고지리이해식 2006. 8. 2. 17:08

     

 

국악의 인식과 접근

 

 


 

 

 태풍이 몰고온 빗줄기가 간간이 뿌리는 동화사계곡에 때아닌 우리민요가락이 계곡물소리와 함께 어우러졌다. 14일 정오쯤 한국음협대구지부 세미나가 열린 동화사 깊은 골짜기엔 「釜山左水營 魚坊놀이」가 음악인들에 의해 목청껏 불려졌다. 「오호호 사리아 오호호 사리아, 이 줄을 놓고 오호호 사리아, 저 줄을 당겨라 오호호 사리아」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가 서로 장단맞추며 모처럼 비 때문에 텅빈 계곡을 가득 채워나갔다.

 세미나에 참석한 40여명 음협대구지부 회원들은 흥겨운 勞動謠를 부르면서 우리국악 가락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가 바로 「국악의 새로운 인식과 접근」이었던 것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李海植교수(영남대)는 국악의 접근방법에 대해 우리의 국어나 국사가 우리에게 어렵지 않게 생각되듯이 국악 역시 생활 속에서 접근함으로써 쉽게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모임에 참석한 음악인들에게 직접 우리민요를 부르게 했다.

단순한 가락에 4ㆍ4조의 리듬으로 구성된 「釜山左水營 魚坊놀이」는 그것이 우리민요이기 때문에 배우지 않고도 이내 따라 부를 수 있는 우리 음악임을 서양음악을 전공했던 대부분의 참석자들에게 깨우쳐 주었다.

李교수는 “우리가 국악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서양음악만을 배우고 불러왔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노래를 직접 부름으로써 또 악기를 직접 연주함으로써 국악에 접근해간다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일상생활의 멋으로서 평시조를 읊고 들릴 듯 말 듯 한 젓가락장단에 시조의 운치를 더해 나갈 때 국악에의 접근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급변하는 시대상황 속에서 미처 전통을 제대로 이어받을 여건을 갖추지 못한 채 많은 세월을 보내는 사이 국악은 그릇된 인식 속에서 발전보다 위축의 길을 걸어왔던 게 사실이다.

음악이 건축과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발전해 왔음을 생각할 때 흙집과 초가집에서 제소리 특유의 매력을 지닐 수 있는 가야금 거문고 등 우리악기가 현재의 콘크리트 건물 구조 속에서 어떻게 그 음악성을 보존하고 발전시킬 것인가가 바로 오늘의 당면과제라고 李海植교수는 말했다.

국악이 내일에 남아있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악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국악의 현대화란 자칫 서구화란 뜻과 동의어로 통하거나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콘크리트 건물속의 넓은 무대공간을 메우고 음량을 크게 하기 위해 가야금 齊奏라는 연주형태가 생겨났지만 이는 어떤 면에서 국악의 퇴행적인 현상이며 한국음악의 생명을 짓누르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악기의 기능은 그대로 두고 음량을 증대시키는 연주가 국악현대화작업의 하나라고 李교수는 지적했다.

국어와 국사처럼 국악도 민족의 호흡이므로 미래의 후손들이 국악에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민족의 음악을 자학하지 말고 서양교향악단과 국악관현악단을 동일하게 처우를 한다든지 우리창작곡을 더 많이 연주하는 등 음악인들의 노력도 중요한 한편 적극적인 교육방안을 모색하고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강구해 나가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李교수는 말했다.

음협대구지부가 매년 여름 가져온 세미나는 올해로 21회째. 봄의 총회와 함께 전체 회원들이 모이는 이 세미나는 회원 간의 친목회의 성격도 강하게 띠고 있는게 특색.

이날 회원 간의 친목도 세미나후의 산채요리식사로 시작됐는데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의 음협 발전을 위한 회비징수 문제, 집행부 사무장(배선주 미완성기획실대표)의 임명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일부 소장음악인들 중에서는 음협대구지부의 활성화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주장, 현 집행부에 건의할 것을 논의하기도 했다. <金貴子기자>  1985年 8月 16日 - [매일신문]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