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1984. 7. 18)
시집살이(1984. 7. 18)
성아성아 사춘성아 시접살이
어떻던가 시접살이 좋데마는
조그마한 또래판에 수지(수저) 놓기 에럽더라(삼천포)
고부(姑婦) 간의 에피소드가 많은 우리 나라 어디서나 들어볼 수 있는 시집살이 노래이다. 가옥구조ㆍ가족제도ㆍ의식구조가 많이 달라진 오늘날 이런 민요는 과거지향적이지만 고부 사이의 심리적ㆍ정서적 미묘한 대립은 어디서나 계속되고 있다.
물길일랑 처정청 흐려놓고
주인네 양반 어데 갔노
문어야 전복 손에 들고
첩의 집에 놀러갔나(밀양)
영남 지방에 널리 분포된 모내기소리다. 농사를 팽개친 주인이 보신(補身)의 해물(海物)을 들고 첩에게 갔으니 며느리를 향한 시어머니의 투사(投射)는 더욱 심해진다. 그래서 <고초당초 맵다해도 시집보다 더 매우랴>로 시집살이 민요는 계속되며 <시>(姑)는 강하게 씨어머니 씨누이 등으로 발음되기도 한다. K. 뷔허(Karl Bücher, 1847~1930 독일의 경제학자)는 노동에서 음악의 리듬이 발생된다고 주장했는데 시집살이의 중노동에 따르는 부녀가요가 우리 나라엔 흔하다. 예를 들면
물레야 물레야 살살살 돌아라
시부모 들으면 매 맞겠네
밤 새우는 물레질의 고달픔을 실꾸리에 하염없이 감아보는 물레타령이다. 그런가 하면 며느리 가슴 속에 눈처럼 쌓이는 스트레스는 흥겨운 가락의 놀이로 승화되기도 한다.
덩기 둥딩애 둥덩덩 둥덩덩
둥당애 샘으로 물길러 갔다가
등꼭지 장단에 어깨춤 춘다
시압시 술값은 홑닷냥
며느리 술값은 열닷냥
섣달 그믐날 뚝 닥친게
시압시 상투가 싹 없어진다(해남)
이것은 둥당애타령인데 바가지를 엎어놓고 그 위에 활을 얹어 솜을 타면서 서로 주고 받는 놀이민요(遊戱謠)다. 마치 시어머니 머리를 활줄로 퉁겨 보는 파괴적 스트레스 해소가 아닐는지?
인간생활을 놀이로서 규명한 호이징하(Johan Huizinga, 1872~1945)는 놀이란 일에서부터의 해방, 마음에 안식을 준다는 의미에서 약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한국의 며느리들은 고된 시집살이를 시집살이, 즉 놀이로써 슬기롭게 극복했던 것이다. 그리곤 더욱 노련한 시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또 다음과 같은 창부타령 가락은 시집살이 며느리에게 더욱 사기를 챙겨준다.
진주라 얽은 독에 찹쌀술을 비겨야 맛이 좋아 황금주요
빛이 좋아 금정주라 딸 키워 내 준 장모 이 술 한 잔 받으시오
이 술은 자네 들고 내 딸이나 생기(섬겨) 주라
고부 사이의 잡다한 인간적 틈새는 서로의 정과 사랑으로 평행되며 생존 조건인 동시에 민족의 맥락인 것이다. 잔소리꾼의 대명사 시어머니! 이것은 한국 아낙네의 상징이며 정녕 한국적 탈무드가 아니겠는가?(1984. 7. 18. ?每日新聞? 칼럼 “每日春秋”/대구).
참고 문헌
李海植, 국악관현악 작품집 [海東新曲], 慶山: 嶺南大學校 出版部, 1983.
Johan Huizinga(權寧彬 譯), [호모 루덴스], 서울: 弘盛社, 1981.
Johan Huizinga(金潤洙 譯), [호모 루덴스], 서울: 까치, 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