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 2

세실리아 성녀를 위한 장엄미사. 1995년 11월 3일

노고지리이해식 2006. 8. 30. 09:12
 

 

 

               

 

 

계절이 우주의 숨이듯 음악은 인간의 숨입니다 우주의 숨결은 절기의 변화로 세분되고 인간의 숨결인 합창(chorus)은 각양의 음악 중에서도 가장 첫째 자리에 놓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목소리와 언어로 이루어진 질서이기 때문입니다.

(목)소리가 중요한 것은 어둠 속에서도 들을 수 있음으로 하여 인간의 모색 능력과 나아가 사유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음입니다. 이것은 소리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는 현상입니다.

현대는 많고 많은 음악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끄러운 세상입니다. 이런 때에 일생을 종교음악에 바친 구노(Charles-Francois Gounod 1818~1893)의 세실리아 성녀를 위한 장엄미사」(Messe solennelle Santa Cecilia)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은 한줄기 빛처럼 우리의 삶을 비추어 주는 구원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또 생각에 생각을 겹치게 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 구노의 미사를 저희 대학에서 가장 오래된 학과인 성악과 학생들이 지난 여름동안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춤과 노래를 맡은 그룹을 코러스(chorus)라고 불렀는데 이런 고전적인 의미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저희 대학의 극성맞은 성악과 학생들이 이런 자잘한 고전적인 의미의 코러스를 빼어 놓을 리가 없습니다.

우주의 시계가 땅을 향하는 조락(凋落)의 계절에 저희 대학의 다양한 코러스가 여러분들에게 반드시 하늘을 향한 상승의 기대를 드리고도 남을 것입니다. 꼭 오셔서 아름다운 합창과 함께 모색의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995.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