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 영음 창작인의 밤. 1995년 5월 15일.
작문(作文 composition)이 글짓기이듯 작곡(作曲)이란 다름 아닌 곡조짓기 입니다. 작문이든 작곡이든 그것은 옷감을 짜는(짓는 texture)일과 같습니다. 옷감이 인간생활의 필수적인 재료이며 아름다운 의상의 바탕이듯 작문되고 작곡된 문학이나 음악은 인간의 영혼을 가꾸는 지고한 유정(有情)의 의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혼을 가꾸는 일은 정성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정성은 완성을 지향하는 기초가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현학(衒學)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또 하나 매너리즘(mannerism)이 하나의 양식이며 기법이나 미학적 품성의 결핍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작곡은 물론 모든 창작가들이라면 멀리해야 할 타성입니다. 오늘 저희 대학 작곡과의 모든 동문들이 벌이는 의욕에 찬 발표회에 “나는 과격파가 되도록 강요받은 보수주의자이다.”라는 Schönberg(Arnold Schönberg 1874~1951)의 말과 함께 축하를 보내려고 합니다. Schönberg는 Structual functions of harmony(構造的 和聲法)로써 학생들에게 화성법의 완전한 습득을 강조한 보수주의자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현대음악의 중요한 고전이 된 그의 음열기법은 결코 과격이 아닌 강렬한 창조의지의 한줄기 빛입니다. 단지 너무 뛰어난 음열음악이 세상 사람들에게 과격으로 보였을 따름입니다. 그러한 그가 허위의식을 가진 음악가를 좋아할 수 없었던 건 당연한 것입니다. 작곡가는 음(音)과 악(樂)의 디자이너입니다. 오늘의 음악 디자인전이 여러분의 앞날에 부디 좋은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 번 마음으로부터 성원을 보냅니다.
1995년 5월 15일
영남대학교 음악대학장 이해식
참고문헌
Arnold Schönberg(羅仁容ㆍ崔東善 共譯), [쇤베르크 和聲學], 서울: 現代樂譜出版社, 1976.
Joseph Machlis(李燦解 譯), [現代音樂] 上, 서울: 圖書出版, 秀文堂,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