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 감상(국립중앙박물관). 1974년 12월 19일
민요 감상
민요
민요란 어느 정도의 시간적 길이와 전통을 가지고 예부터 민중들 사이에서 불려오는 소박한 노래이다. 따라서 창작자가 문제되지 않으며, 언제부터인가 민중의 입에서 전승되는 동안에 그들의 사상ㆍ생활ㆍ감정에서 우러나오는 사설들이 형성되고 토속적인 가락으로 불리운다. 우리 나라 민요는 1절, 2절 등의 유절(有節 strophe)형식에 메기는 사람(leader)이 사설을 바꾸어 부르며, 흔히 부르는 후렴(後斂)은 여럿이 받아 부른다(chorus).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 일원에서 불러지는 경기민요는 퍽 온화하고 명랑하며 유연한 표현을 가지며, 서도민요는 애수를 짜내는 졸음 목의 감상적인 노래가 많다. 강원도민요는 길면서 송경조(誦經調)의 구성진 꺾임새가 특징이라 하겠다.
배뱅이굿
배뱅이굿은 7~80여 년 전 평안남도 용강 사람 김관준(金官俊)이란 사람이 처음 지어서 그의 아들 김종조(金宗朝)가 계승했고, 그의 동료인 김순경(金順慶)ㆍ이인수(李仁洙) 등이 부르게 됨으로써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한다.
배배이굿의 구성은 황해도 소리를 중심으로 경기도ㆍ강원도ㆍ함경도의 민요, 또는 잡가(雜歌)까지 중간 중간에 넣어 가면서 남도 판소리의 아니리를 본받아 창자(唱者) 자신이 주고받고 설명해 나가는 극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간단한 줄거리는 경상도 태백산 아래에서 9대 동만이나 무당 노릇으로 큰 부자가 된 무당이 알성급제(謁聖及第) 도장원(都壯元)하여 경상감사(慶尙監司)가 되었으나 무당의 본색이 탄로되어 권속(眷屬)을 거느리고 황해도로 옮겨서 자리 잡는다. 여기 이웃에 김정승과 이판서라는 두 양반과 의형제를 맺었으나 3인이 늙도록 슬하에 일점혈육이 없어서 명산대찰에 기도하여 얻은 것이 모두 딸이었다.
이판서의 딸은 세월래, 김정승의 딸은 네월네, 무당의 딸은 백(百)의 곱절인 백백이(百百 배뱅이)라 지었는데 세월네와 네월내는 자라서 좋은 곳에 출가하고 배뱅이는 그만 죽어 버렸다. 그래서 배뱅이의 부모는 딸의 넋이라도 만나보려고 각도(各道) 무당을 불러 굿을 하지만 신통치 못하던 차에 평양의 한 건달 청년이 동네 주막집에서 배뱅이의 내력을 미리 알아 가지고 능청스런 울음과 넋두리로 배뱅이의 부모를 속여서 많은 재물을 얻어 가지고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강원도 아리랑
강원도 지방에서 불러지는 민요로 강원도아리랑ㆍ정선아리랑ㆍ한오백년 등이 유명하다.
아주까리 동백아 여지 말라 건너 집 숫처녀 다 놀아난다.
아리랑 고개다 주막집 짓고 정든 님 오기만 기다린다.
이처럼 강원도아리랑은 가락도 그렇거니와 사설 내용에 있어서도 어찌나 순박한지 마치동백 기름에 사랑이 싹트는 듯한 강원도의 향토적 정서가 담겨진 노래이다.
정선아리랑
정선(旌善)아리랑은 강원도아리랑의 뒤에 잇대는 역시 강원도 민요이다.
긴 사설을 빠른 가락으로 촘촘하게 엮어 가다가 뒷부분에서 높은 소리로 한 가락 길게 뽑는 재미있는 민요이다. 원마루에서 자유 리듬으로 사설을 촘촘히 엮어 가기 때문에 엮음 아리랑이라고도 부른다. 소박한 향토색과 구성지면서 애수적인 깔끔한 민요이다.
한오백년
강원도 민요이며 이 노래의 후렴 “한오백년 사자는데”에서 <한오백년>이란 제목이 생겼다. 아리랑 계통 민요의 변형으로 그리 오래된 민요는 아니다. 중모리 장단에 맞추어서 부른다.
긴 아리
조개는 잡아 젖 저리고 가는 님 잡아 정 들이자
가는 님 잡지 마오 갔다 올 때가 더 반가울세라
하는 사설처럼 은근하면서 인상적인 평안도 용강 강서 지방의 민요이다. 장단에 맞추기 보다는 청승스럽게 목을 뽑아 부른다. 흔히 김 맬 때 부르며 <용강 긴 아리>라고도 부른다.
수심가
수심가(愁心歌는 평안도뿐만 아니라 남(南)의 육자백이라 하듯이 북(北)의 수심가로써 대표적인 서도민요라 하겠다.
수심가의 기원에는 성천명기(成川名技) 부용(芙蓉)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설과 조선(朝鮮) 시대 서북인의 차별을 한탄하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모두 확실한 것은 아니다. 제목처럼 허무한 인생을 한탄하는 내용이어서 가락도 매우 애절하다. 수심가 뒤에 많은 사설을 엮어 나가며 음조도 빨라지는 <역음 수심가>가 계속된다.
몽금포 타령
몽금포타령(夢金浦打令)은 황해도 장연군에 있는 경치 좋은 몽금포 근처의 장산곶(長山串) 등을 노래로 엮어 부른 민요이다. 어항의 정경, 고기잡이의 생활과 아울러 낭만이 담겨진 노래로 명쾌한 리듬이지만 잘게 꺾이는 가락에 일말의 애수가 저린듯도한 민요이다. 요즘은 신민요형으로 많이 편곡되어진다.
궁초댕기
함경도 민요 신고산타령에서 변형된 것이다. 볶는 타령장단으로 경쾌하며 원마루보다 후렴이 더 길다.
무슨 짝에 무슨 짝에 부령 청진간 님아,
신고산 열두고개 단숨에 올랐네
의 대목에서 멋지면서도 애절하다.
쾌지나 칭칭나네
경상도를 중심한 남도 일대에 퍼진 명쾌한 노래이다. 이 노래의 탄생에는 임진왜란 때의 <가등청정 오네>가 오래 불러 오는 동안 <쾌지나 칭칭나네>로 와전되었다고 하나 믿을 수 없다. 달밤에 한 사람이 메기면 여럿이 받아 부른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고기잡이 할 때도 이 노래를 부른다. (李海植)
참고 문헌
李惠求ㆍ成慶麟ㆍ李昌培, [國樂大全集], 서울: 新世紀레코오드株式會社 出版部, 1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