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식 작곡 [Flute와 18현금을 위한 '춤터']
1994. 11. 16. KBS-FM((93.1㎒) 제36회 FM 국악무대 위촉작품
flute/김희숙, 18현금/이지영, KBS홀/서울.
김희숙 이지영의
플룻과 가야고를 위한 [춤] 중에서
춤터
flute/김희숙, 18현금/이지영,
1997. 10. 7. 국립국악원 예악당/서울.
이해식 작곡 [플루트와 가야고 2중주 '춤터']
작곡 노트
나는 평소에 ‘접목’이란 말을 아주 싫어한다. 특히 그것이 음악에서 분별없이 선동적으로(sensational) 쓰일 때는 더욱 그렇다. 여기 「춤터(orchestra)」는 flute와 가야고, 또는 동서의 접목이 아니라 이들 관현악기를 매체로 사용한 나의 순수한 작품일 따름이다.
오늘날 관현악의 의미가 된 orchestra는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 춤추는 장소를 가리켰다. 제목 「춤터」는 orchestra 본래의 뜻에서 내 인생의 활력소가 되는 춤의 모습을 그려 본 것이다.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민속인 이른바 굿(굿놀이, 놀이춤)․농악, 민요 등은 춤과 관련하여 내 작품의 즐거운 재료가 된다. 이것은 KBS-FM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민요의 현대화 작업과도 상통한다.
현대화란 무엇인가? 개성이 뚜렷한 작품을 추구함으로써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감각을 새롭게 일깨워 주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춤터」는 탈고되었다.
「춤터」는 <신고산 타령>을 주제로 삼았으나 그 흔적은 쉽게 들리지 않고 먼 배경으로만 설정되어 있다(이론적으로는 「신고산 타령」의 요소가 다 들어 있는 변주이다). 오히려 그 후속곡인 <궁초댕기>가 작품의 중반에서 aria로써 뚜렷한 윤곽을 나타낸다. 이것은 작품을 쓸 때마다 솟아나는 내 변덕스러운 변주 본성의 하나이다.
한 번 지나온 길보다 미지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또한 나의 본성이다. 「춤터」도 모르는 길을 모색하는 것처럼 그렇게 쓰여진 작품이다(글/이해식).
해설 1
「춤터」(1994, 플루트와 가야고를 위한 산조)
「춤터」의 소재는 <신고산 타령>이다. 그러나 <신고산 타령>은 작품 속에 완전히 용해되어서 후경층으로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흔적은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이론적으로는 <신고산 타령>이 다 들어있는 변주이다). 오히려 그 후속곡인 <궁초댕기>가 작품의 중반에서 뚜렷한 윤곽을 들어내어 <「춤터」의 가야고는 나의 여느 가야고 작품과 마찬가지로 연주기교에서 harp를 다루는 듯한 양손의 균형을 요구한다.
flute는 매력이 많은 악기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fluttering과 flux가 뛰어난 악기이다. 이 두 가지가 가야고와 잘 어울림이 마치 금슬(琴瑟) 같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flute의 multiphony 주법은 Bruno Bartolozzi의 원용임을 밝힌다.
「춤터」를 초연할 때 가야고의 이지영씨가 출산을 한 달 앞둔 만삭이었는데, 그땐 작곡자가 좀 잔인스럽지 않았나 싶다(글/이해식, 플루트와 가야금을 위한 ‘춤,’ flute/김희숙, 가야고/이지영, 1997. 10. 7. 국립국악원 예악당/서울).
해설 2
우리네의 일상생활에서 ‘궁합’이란 말은 아주 통시적이다. 사람의 궁합처럼 악기에도 궁합이 있다면, 가야고는 fluttering과 flux가 특징인 플루트와의 염분이 썩 좋다. 그래서 그런지 대단한 연주기량을 요구하는 「터춤」은 초연부터 함께 한 연주자들의 마음 챙김에서 나오는 소리가 사뭇 빛나는 느낌이다. 여기에 춤까지 펼치니 이는 실로 작곡자가 원하던 바요, 또한 작품이 춤과도 온전한 궁합을 이루는지라 그 기쁨인들 그지없다.
「터춤」의 소재가 되는 신고산타령은 작품의 어디에서도 드러나지 않고 먼 배경으로만 숨어 있다.
나의 작품들에서 section 구조가 분명한 것은 변주와 춤 관련이며 무용조곡(dance suit)의 성격을 가진다. 「터춤」은 열 한 개의 section으로 연결된다. 오늘은 전반 여섯 개의 짧은 section을 건너뛰어서 연주된다.
「터춤」의 처음 제목은 「춤터」였다. 둘 다 제터(祭場)의 의미이다. 1994년 작품(글/이해식, 한국음악사를 빛낸 작품 Best 10과 새음악, 새춤이 있는 ’98 국립국악원 송년축제 <섣달의 幻>, 우리 소리와 춤의 꿈․ 빛․ 숨 프로그램 p. 12. flute/김희숙, 18현금/이지영, 1998. 12. 24. 국립국악원 예악당/서울).
「춤터」, 1994년 KBS-FM 제36회 FM 국악무대 위촉작품, 사진은 1997. 10. 3. 이지영 교수 집에서의 플루트와 가야금을 위한 ‘춤,’ 연주회를 위한 연습, flute/김희숙, 18현금/이지영, 연주회는 1997. 10. 7. 국립국악원 예악당/서울.
Nikon F3 촬영/이해식.
안무자의 말
천지(天地)가 짝이 되고 일월(日月)이 짝이 되고 목금(木金)이 짝이 되고 수화(水火)가 짝이 되고 토석(土石)이 짝이 된다. 천지와 인간이 짝을 이룬다. 天地人!
「터춤」은 나를 단원 김홍도의 ‘빨래터’를 만나게 해준다. 그것은 춤추는 빨래터이다. 그곳에는 비밀스런 사랑이 있다. 야나첵의 ‘사랑의 펴니’에서처럼.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밑 시냇물에는 프란체스카와 로버트 킨케이드의 애절한 사랑이 언제나 흘러간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사랑이 물처럼 음악처럼 흘러 흘러간다.
빨래터는 나의 요람이기도 하다. 사십여년전 엄마는 빨래를 했고 나는 헤엄치며 송사리와 놀았다. 흐르는 물은 내게 음악이었다. 칠순인 엄마는 아직도 소녀이다. 빨래터의 아낙이다. 단원의 그림 속의 한 여인이 엄마임을 나는 알고 있다. 엄마는 여신이었다. 나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빨래터는 아주 아주 오래 전 신들의 놀이터였다. 나는 한때 신처럼 되길 원했다. 빨래터에 여름이 오면 나는 물의 신이었고 겨울이 오면 불의 신이었다. 특히 겨울밤이면 나는 밤새도록 쥐불을 돌렸다. 물은 불이고 불은 물이다. 나는 신이고 인간이고 모든 아름다움을 미치도록 사랑한다.
「터춤」에는 신들의 소리가, 신들의 춤이 있다. 「터춤」은 빨래터이고 빨래터는 신터이다. 김홍도는 신이었다. 하늘과 땅이 껴안고 해와 달이 사랑을 한다. 나무와 흙이 노래하고 물과 불이 시를 읊는다. 나는 에너지이다. 나는 쿤들리니이다. 나는 세상을 향해 나의 차크라를 연다.
“ELELEU ELELEU UOP M'AU SPAKELOS FREENOPLEEGEIS MANIA THALPOUS OISTROU D'ARDIS KHRIEI M'APUROS”
신들의 주문이 멀리서 들려온다. 신들은 모두 하나이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하여 잉태를 한다. 빨래터는 엄마의 자궁이다. 천지간의 모든 에너지는 빨래터에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그 생명이 세상과 인간을 구원하는 불길이다(글/박일규, 한국음악사를 빛낸 작품 Best 10」과 새음악, 새춤이 있는 ’98 국립국악원 송년축제 <섣달의 幻> 프로그램, p. 13, 1998. 12. 24. 국립국악원 예악당/서울. 연출․안무/박일규, 무용/동랑 댄스앙상블, 천지의 여신/진영희, 일월의 여신/이은주, 목금의 여신/윤진희, 토석의 여신/오승의, 수화의 여신/오광연, 에너지/박일규, 새 생명/박종헌, 스텝/서울예술대학 에밀레 프로젝트, 영상/서양범, 음향/Kevin Parks, 조명/최명석, 의상/윤진희, 분장/최윤영).
<한국음악사를 빛낸 작품 Best 10과 새 음악, 새 춤이 있는 ’98 국립국악원 송년축제 “섣달의 幻”>에서 <동랑댄스앙상블>의 「춤터」를 연주한 flute/김희숙, 18현금/이지영, 연출ㆍ안무/박일규. 1998. 12. 24. 국립국악원 예악당/서울. Nikon F3 촬영/이해식.
이해식의 실험적 국악곡과 만난 동랑댄스앙상블의 현대무용
이해식의 실험적인 국악곡 「터춤」은 박일규의 안무와 ‘동랑댄스앙상블’의 춤으로 거듭났다. 가야금과 플루트 2중주곡 「터춤」은 1994년 ‘KBS-FM 국악무대’에서 초연 되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 공연에서 가야금연주자 이지영과 플루트 연주자 김희숙이 꽤 궁합이 잘 맞는 연주자임을 확인했고, 그후 두 사람은 심심치 않게 한 무대에서 공연을 하곤 했다.
대부분의 창작음악은 일회성 연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실험적인 음악일 때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연주회장에서 자주 연주되는 음악도 가끔 있다. 그래서 더욱 세인들은 이런 음악에 관심을 갖는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듯이 음악도 궁합이 있나보다. 작곡가 이해식과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이 이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을까? 작곡가 이해식은 국악계에 춤바람 난 작곡가로 유명하다. 1973년 「춤거리」를 시작으로 「춤을 위한 지와 간」(1988), 「젊은이를 위한 춤, 바람의 말」, 등등, 춤과 관련된 음악 수십 곡의 작품을 작곡하기도 했다.
작곡가 이해식은 초연 때부터 함께한 연주자들의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를 무척 흡족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에 춤을 더하도록 한 기획자의 의도는 바로 작곡자가 원했던 것이고, 작품이 춤과 완벽하게 궁합을 이루어 재탄생되는 순간 관객들이 희열을 느꼈다면, 아마도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여기에서 연출과 안무를 맡은 빅일규는 이해식의 실험적인 국악곡 「터춤」에 아마추어 창작무용 「빨래터」를 선 보였다. 그는 단원의 그림 「빨래터」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연상했고, 또한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했던 세월을 회상했다. 그는 음악 「터춤」의 신들린 소리를 「빨래터」를 신터로 만들어 춤판을 벌였다. 무대 위에 직접 넓은 물을 옮겨 담았고, 촛불로 상징화한 것도 독특한 발상이었다. 이러한 새 음악과 새 춤에서 방관자적인 우리는 가끔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즐거운 일이다(글/현경채, 국립국악원 한국음악사를 빛낸 작품 베스트 10, “아악에서 현대곡까지 다채로움 만끽,” [객석](서울: 예음문화재단, 1999년 1월호, 통권 179호, p. 55).
CD음반
춤은 이미 원시시대에 완성된, 가장 오래된 인간사의 하나이다. 나는 춤에서 나의 생명을 확인하며 작품을 끌어내며 힘을 얻는다. 춤은 아무리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내 작품의 샘이다.
「춤터」의 이론적인 주제는 <신고산타령>이며, 무용조곡(dance suite)의 형식으로 변주된 주제는 작품의 어느 곳에서도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가야고의 한계 때문에 전조(轉調)가 자유롭지 못한 것 말고는 대단한 연주기량이 요구되는 작품이다.
「춤터」라는 제목은 고대 그리스에서 연극과 춤이 행해지던 장소를 오케스트라(orchestra)라고 부른 데서 얻은 것이다. 「춤터」는 제터(祭場), 즉 ‘굿’을 의미한다. 1994년 제36회 KBS-FM 국악무대 위촉작품(글/이해식 국악작곡집 CD, [바람과 춤터], track 6. flute/김희숙, 18현금/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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