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수 거문고독주회 리허설

허익수 거믄고 독주회 공연의도

노고지리이해식 2011. 12. 10. 13:47

 

허익수 거믄고 독주회

2011. 12. 7.

남산국악당/서울

 

공연 의도

 

한국적인 음악이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현실에서 느껴지는 전통음악에 대한 저항, 또는 지배당함, 무지, 무관심의 분위기 속에서 과연 거문고가 혹은 국악이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나의 창작음악을 바라보는 점의 시작이었다면, 이번 이해식과의 만남의 점은 그 자체로 획이 될 만큼 나에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스스로가 가둔 틀의 의미를 과감히 깨뜨릴 필요가 있었다. 혹자는 아무 편견 없이 받아들였을 수도 있는 창작음악에 대한 나 스스로가 느끼는 괴리감 또는, 전통음악에 대한 미안함의 마음을 풀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밧삭>이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식의 설명처럼 나의 음악적 영역을 더 이상 국악의 범주에 넣지 말았어야 한다. 그는 창작의 활성화를 위해, 나는 거문고의 활로모색과 창작음악에 대한 나 스스로의 갈등 해결을 위해 밧삭의 마음이 필요하다.

 

기초예술을 말하는, 고전이 될 만한 그의 곡, 곡 안의 구성, 구성이 말하고 있는 한국적인 정서가 곡 안에 배어있고, 국악계 창작음악에 대해 나 스스로 바람직하다고 보는 한국음악어법의 적극적 도입을 이해식만의 고유의 이디엄들로 풀어내는 작업을 ㅂ라보면서 내가 바라던 창작음악의 한 지표를 볼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정서적 기반과 음악적 어법이 농경문화에서 비롯되었으며, 곡을 구성하는 방법 또한 한국적 정서를 이야기한다.

한국적 정서(굿ㆍ두레ㆍ지푸라기 엮기ㆍ농경문화), 전통음(잉어질ㆍ판소리의 완자걸이ㆍ 헤미올라ㆍ장단)등, 이 모든 것이 곡과 연관지어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 뒤라야 그의 음악이 내 안에서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연주자의 입장에선 거문고 구석구석 긁힌 적 없던 괘 위를 찾아다니며 음정을 만들어내야 했기에 더 치밀해질 필요가 있었고, 손 마디마디의 근육이 지근에서 속근으로, 술대의 쥐는 법 또한 속주나 세밀한 음점을 치기에 편한 자세로 새로워져야 했다. 그러면서도 전통음악에서 나는 음빛깔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번 연주는 최선의 노력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해식의 곡은 뿌리를 튼튼히 하는 일.

 

‘미래의 연주자를 위해 쓴 곡’이란 표현을 그가 쓴 여러 지면에서 간간히 본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현재를 보았을 때, 그 현재를 담당하는 연주자 허익수는 더 튼튼해질 필요가 있다. 비단 테크닉에서 뿐만 아니라, 악기의 구조나 빠른 속주에 대한 연주적 자세, 그리고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그의 이론과 감성들을 미래와 연결시키노라면, 내적으로 더더욱 뿌리를 튼튼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공연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단순함을 추구하는 전통음악의 미적 태도가 지닌 말의 이면을 그 단순성을 추구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음악적 경험과 열정으로 채운 복잡함들로 채워보고 싶다. 수많은 바깥의 수들을 경험한, 복잡하지만 튼튼하고 건강한 뿌리만이 맺을 수 있는 단단하고도 단순한 열매를 맛보고 싶다.

 

국악에게 있어 미래란 표현은 아직도 요원한 것처럼 보여지기도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이번 밧삭을 통해 느낀 점은 문을 여는 마음, 뿌리를 튼튼히 하는 마음, 잊지 말아야 할 철저히 한국적인 마음들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그 후에라야 새로이 펼쳐내야 할 미래의 한국음악, 악기, 음빛깔의 고유함을 지닌 창작음악의 실현이 가능해지리라 본다. 그 고단한 길닦음이 나에게 절실히 필요해졌다. 그 절실한 마음을 품었더니 창작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 전통음악의 미래를 바라보고 싶어지게 한다(허익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