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FM fan(글ㆍ사진·이해식)

국악과 방송, 95.3㎒ 대구 MBC-FM, 1984년 5월호.

노고지리이해식 2007. 6. 7. 10:51

        

                                        대구 MBC-FM, 1984년 5월호                 

      

글/이해식

 

한국음악을 줄여서 보통 국악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해방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에 살면서도 한국음악을 모르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자랑스러운 듯이 얘기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일종의 사대 근성의 잔존이 아닌가 한다.

시류에 편승하여 급속히 범람하는 외래음악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전승되어 오는 우리의 전통음악을 즐겨 볼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 있는 곳곳의 대학에도 국악과가 설치되고, 또 여러 대학들이 국악과 설치를 희망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국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국악 연주회나, 감상회, 세미나에도 인구가 늘어남은 국악 발전의 저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초중등교육과 방송 매체는 이러한 국악에 소극적이다.

전후 폐허가 된 독일은 음악도 재건해야 했다. 그래서 여러 방송사들이 작곡가들을 찾아내어 작품을 위촉하고 파트론(patron)이 되어서 오늘날의 독일은 현대음악의 세계적인 본고장이 되었다.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한국음악은 긴 시간 자연적으로 형성되고 세련되어온 통시적인(diachronic) 농경요소의 음악이며 서양음악은 시대의 사조에 따르는 작곡(창작)의 역사로 점철된다. 더구나 산업혁명과 함께 서양음악은 급속하게 발달한다. 그런가 하면 한국음악은 서양음악처럼 뚜렷한 창작행위의 소산이 아니기 때문에 서양 음악사처럼 예술사조가 다양하지 못하며 그 레퍼토리도 풍성한 편이 아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악을 대중에게 접근시키는 작업은 방송이 맡아야 하고, 그 국악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습관을 초등교육에서부터 길러야 한다.

방송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국악이 기본 방송 편성의 전후 관계에 맞지 않고, 시청율이 떨어지고, 스폰서가 붙지 않고…,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국악은 방송에서 홀대 받지만 이러한 현상은 국악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생긴다. 즉 국악과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다 같이 생각해 볼 것은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또 학교에 다니면서 과연 얼마나 국악을 듣고 배운 적이 있는가? 우리의 일상인 학교 음악시간과 방송에서 국악을 얼마나 들어 볼 수 있었던가? 우리가 지금보다는 더 국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국악은 우리의 역사요 숨결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부터 국악을 직접 감상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며, 직접 부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국악은 물론 예술사조와 현대감각에 맞는 국악을 개발하고 창작하기 위한 파트론으로서는 방송사가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여건이라도 스폰서 없는 sustaining program 하나쯤은 국악을 그 내용으로 채택함이 바람직한 방송이라 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국악을 배우고 알고 싶어 해도, 어디서 무엇부터 접근해야 할지 많이 망설인다. 그렇다면 문학적 측면에서는 국악의 판소리나 가곡, 시조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무용에서 접근하게 되면 국악의 역동적인 리듬을 쉽게 터득할 수 있다. 민속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민요를 비롯하여 국악의 총체적인 에센스(essence)를 맛 볼 수 있다. 민속(folk)이란 사람이(民衆) 살아가면서 흐르는 골짜기이다. 여기엔 모든 인간사가 다 망라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주변의 몇 가지 인간사에만 골몰할 뿐 혼이 깃든 예술문화는 외면하고 있는 때가 많지 않은가? 민속에의 관심은 조국에 대한 사랑의 발로이다. 민속학자 생티브(P. Saintyves)는 사랑 없이는 자기 나라의 민간생활을 결코 알 수 없으며, 사랑 없이는 민중의 감추어진 생생한 혼도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의하면 여기 낙동강 유역은 국악과 전통적인 민속이 생생하며 역사적인 현장이다. 이 지역의 민속과 국악의 혼이 다시 진정한 사랑을 받는 날 문화의 꽃은 빛나게 피어나리라(95.3㎒ 대구 MBC-FM, 1984년 5월호, 3쪽).

                                                         

 

참고 문헌

P. Saintyves(沈雨晟), [民俗學槪論], 서울: 三一閣,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