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의 설계>를 개강하면서
-<춘앵전>과 tap dance-
영남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fresh man)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천마(天馬)는 신라의 개국신화(開國神話)이며 영남대학교의 상징(symbol)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영남대학교의 구성원이 되어서 솟아오르는-飛翔- 천마의 기상과 함께 학문과 인생을 갈고 닦아서-鍊磨- 자랑스럽고 영원한 영대인이 될 것임을 기대합니다.
이른 아침에 하루의 설계를 하듯이 fresh man 시절에 세우는 <대학 생활의 설계>(seminar for academic life)는 인생의 설계와 다름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여러분과 한 학기(term)를 함께 할 <대학생활의 설계>는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시간을 통하여 여러분의 대학생활이 명랑하고 보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대학(大學)의 원래 의미는 글자 그대로 <큰 배움>, 즉 학문 탐구(research)여서 리포트(report) 쓰는 일이 중요합니다. 리포트는 고등학교 때의 숙제와는 달리 준논문(準論文)입니다. 논문의 논(論)은 言+侖입니다. 말을(言) 조리있게(侖) 추려서 글로써 이치를 세운다는 뜻입니다. 이치를 세우는 일 중에서 자기의 전공과목(major)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class mate의 전공은 해금과 정재입니다.
해금은 고려 시대에 중국의 송(宋) 나라로부터 전래되었는데,
문헌통고에 해금은 호족(胡族)의 해(奚)라는 부속(部屬)이 좋아하는 악기인데
현도(絃鼗)에서 나온 것으로 모양도 같다 [악학궤범] Ⅱ(서울: 민족문화추진
회, 1980), 112쪽.(文獻通考云 奚琴胡中奚部 所好之樂 出於絃鼗 而形亦類焉
[樂學軌範] 卷七 奚琴條).
위의 인용문에서 호족의 해족은 중국 랴오허강(遼河) 상류 북방에 살았던 유목민족이었는데 이들이 몽고계인지 터키계인지 분명치 않았고 지금은 그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해금이 우리 나라에 들어오기 이전에 중국에는 이미 중앙아시아로부터의 얼후(二胡의 중국 발음)가 있었습니다. 두 줄이라는 뜻의 얼후에서 <호>(胡)는 중앙아시아 민족이나 문화를 가리키며 특히 페르시아(Persia: Iran의 수도 Tehran)를 말합니다[무하마드 깐수, [新羅ㆍ西域交流史](서울: 檀國大學校 出版部, 1992), 44쪽]. 그래서 이호는 호궁(胡弓), 또는 호금(胡琴)이라고도 부릅니다.
우리 나라의 호적(胡笛 날라리)ㆍ호가(胡笳 피리)ㆍ호빵ㆍ호도(胡桃)ㆍ석류(石榴) 등도 <호>와 관계 있습니다. 영국의 케텔비(Albert William Ketelbey 1875~1959)가 작곡한 「페르시아의 시장」(In a Persian market)은 경쾌한 가운데 동양적 애수가 흐르는 묘사음악인데 아마 동서양 교역(상업)이 대단히 번성했던 고대 페르시아의 일면이 아닌가 합니다.
중국의 얼후는 울림(共鳴)통이 팔각, 또는 육각형인 거 말고는 현재 우리나라의 해금과 그 구조가 똑 같습니다. 지금도 많은 중국 사람들이 얼후를 연주합니다(사진).
추운 날씨임에도 베이징(북경) 천단(天壇)공원에서 얼후로 우리나라의
<아리랑>을 연주하며 흥겨워 하는 베이징 사람들.
2008. 2. 25. Sony DSC-T5, 녹화/이 구.
정재(呈才)는 춤으로 임금에게 재간(才幹 talent)을 바친다는 뜻이어서 정재무(呈才舞)라고도 합니다. 정재는 임금을 위한 궁중연례로써 화려한 의상-舞服-과 아주 정연(整然)한 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순조 시대에 버드나무 가지 위의 꾀꼬리 소리를 듣고 창작했다는 화려한
궁중 정재 <춘앵전>(春鶯囀). 6자 길이의 화문석 위에서 아주 느린 춤사위로
추는 독무(solo)이다. 사진은 영남대 국악과 정기연주회 리허설에서 무늬
널판지로 화문석에 둘레를 치고 그 안에서 추는 춘앵전이다.
1985. 5. 8. 영남대 강당/경산. Nikon FE 촬영/이해식.
정재는 춤추는 유형에 따라서 당악(唐樂) 정재와 향악(鄕樂) 정재가 있지만 오늘날은 구태여 이 두 가지를 구별하지 않습니다. 당악 정재가 한국화(Koreanized)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를 구별해 보면,
당악 정재는 고려 문종 때 송나라로부터 들어왔으며 춤의 시작과 끝을 죽간자(竹竿子)가 인도(lead)하고, 한문으로 된 창사(唱詞 cantilena)를 부름이 특징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생겨난 향악 정재는 조선 세종 이후에 제대로 틀이 잡혔으며, 무공(舞工 dancer)들은 죽간자 없이 무대에 등장하여 한글 창사를 부르다가 면복흥퇴(俛伏興退), 즉 꿇어앉아 엎드려 절하고 일어나서 퇴장하는 춤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실기(實技) 전공이니까 여기서 best golfer 타이거 우즈(Eldrick Tiger Woods 1975~)의 말을 전하려고 합니다.
나는 swing을 내 몸이 기억할 때까지 연습한다.
위의 인용문은 끝이 없는-無限- 연습을 말합니다. 우즈의 세계적인 명성의 뿌리는 바로 연습에 있습니다. 이에 앞서 서양음악사에서 낭만파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R.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1810~1856)은
정상에 이르는 길은 첫째도 연습, 둘째도 연습, 셋째도 연습이다.
라고 했는데 이와 같이 <연습>을 강조함에서 우즈와 슈만의 말은 일치합니다.
이 글의 처음에서 -冒頭- 말한 대학의 원래 의미는 그 색깔이 바랜지 -退色- 오래 되어서 이젠 고전적인 의미만 남아있을 뿐, 대학이 지금은 취업의 경로이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期間)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여러분 실기 전공을 열심히 연습하여 그 결과를 보여줌이 곧 무대에서의 연주회요 발표회이듯, 취업을 위해서 대학에 다니는 게 아니라 대학에서 열심히 하고 보니 그 결과가 취업으로 이어지는 게 옳고 또 쉬운 길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낭만적인(romantic) 대학생활을 누리고-享有- 나아가 설계된 인생을 명랑하게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간은 KBS-TV에서 제작 방영한 <방송 80년 문명 대기획 Insight Asia-<차마고도>(茶馬古道) 동영상을 감상할 예정입니다. 차마고도는 중국의 차(茶)와 Tibet의 말-馬-을 교역하던 옛 길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비단길(silk road)도 포함됩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지막 마방(the last house caravan0
순례의 길(road to filgrimage)
생명의 차(tea, makes the road)
천년 염정(the salt in crystal by woman)
히말라야 카라반(beyond the Himalaya)
신비의 구게 왕국(road to kingdom Guge)
Tibet는 평균 해발 고도 4,000m 이상의 고원 지대인데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짱(藏)족이 살고 있으며, 이곳에 인도 불교가 들어가서 토착 종교와 결합하여 티베트 불교가 되었습니다. 이 티베트 불교를 중국 사람들이 라마교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국악기 중에서 나팔ㆍ나각 등은 이 라마교와 관계있으며, 범패음악에서 리듬이 점점 자지러드는(빨라지는) 로가(loga) 리듬은 라마교 음악에서 연주하는 롤모(rolmo 자바라)라는 타악기 리듬에서 온 것입니다.
이제 연습 다음에는 무엇이건 열심히 읽음을 설계하시오.
2008. 3. 5.
<대학생활의 설계> 담당 교수 이해식
Ireland 해안의 어부들이 문짝 위에서 추는 clog dancing(나막신춤,
tap dance). 문짝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화문석 위에서 추는 우리나라
정재 「춘행전ㆍ무산향」과 공통이다.
1990. 2. 14. 7:00 pm. KBS-3TV(현재의 EBS), 「세계의 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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