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FM방송

'94 KBS-FM 신작가곡 박목월 詩 이해식 작곡 [이별가](1982),

노고지리이해식 2008. 11. 4. 20:10
 

 

이별가(김진섭 piano)-1.wma

 

 박목월 시 이해식 작곡 Op.35. 가곡 [이별가](1982)

1994. 8. 27. 8:00. ㏘ KBS-FM(93.1㎒) 특집 ’94 KBS-FM 신작가곡 방송

1994. 11. 18. 8:00. ㏘ ’94 KBS-FM 신작 가곡의 향연으로 중계방송. KBS 홀/서울.  악보/신작 가곡의 향연 프로그램 p. 11.

bass/김진섭, piano/서재희

 

bass/김진섭, orchestra/KBS교향악단, 지휘/최승한

 

 

 

이해식 작곡 Op. 35. 가곡 「이별가」(박목월) 작곡노트

 

     「이별가」에 관한 도움말

     「離別歌」의 전반부에서 화자(話者)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고 오직 화자의 안타까운 목소리만 들린다. 시의 상황은 강물을 가운데 두고 이쪽과 저쪽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이쪽은 이승의 세계, 저쪽은 저승의 세계를 암시한다. 화자는 바람 속에서 어떤 목소리를 듣는다. 목소리는 저쪽 강기슭, 따라서 저승에서 들려온다. 화자는 그 목소리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대상의 세계라 할 저승의 소리를 화자가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은 화자와 대상의 관계가 불화의 양식으로 드러남을 의미한다. 이 불화는 안타까운 허무함으로 진하게 물든다.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하직을 말자'가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증명한다. 화자의 대상의 불화는 시의 후반부에서도 계속되지만 마지막 연에서 어떤 화해에 도달한다. 그러나 "오냐, 오냐, 오냐"라는 화해는 아직은 유보적인 화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화자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가고 있기 때문이다(李昇薰, “事物로 보는 하나의 窓," 이형기 편저, [박목월](서울: 문학세계사, 1993), p. 155)

     [이별가]는 영원한 이별을 두고도 재회를 기약하는 동양적인 하직의 인사 ―그렇다. 이승이 아니면 저승에서라도 그녀를 만나게 될 것이다(朴木月, “終末의 의미," 이형기 편저, [박목월], p. 255)

 

     박목월 시 「이별가」에는 경상도 특유의 억양 속에 이별의 처연(悽然)함과 끈끈한 인정이 흐른다. 내가 작곡한 「이별가」는 일반적인 「이별가」에서 느끼기 쉬운 애상적이고 체념적인 표현보다는 역동적인(dynamical) 표현을 요구한다. 피아노는 이별의 아픔보다는 이별로 인하여 생기는 북받치는 보이지 않는 힘을 그리고 있다. 위촉자인 최명용 교수는 이 곡을 연습할 때마다 아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면서 땀을 흘렸고, 이 곡을 다시 수정하여 연주한 <’94 FM 신작가곡>의 연습에서 김진섭 씨도 역시 같은 말을 했다(특집 <’94 FM 신작가곡>. bass/김진섭, piano/서재희, 1994. 8. 27. 8:00. ㏘ KBS-FM(93.1㎒)/서울). 그 후 다시 굿거리장단의 변주인 section A B D E H의 반주에 hemiola rhythm을 결합하여 수정된 오케스트라 반주로 <’94 KBS-FM 신작가곡의 향연>에서 연주되었다(<94 KBS-FM 신작가곡의 향연 중계방송>, 편곡/이해식, bass/김진섭, 반주/KBS교향악단, 지휘/최승한, 1994. 11. 18. 8:00. ㏘ 93.1㎒, KBS홀/서울). 반주의 section C E F G는 남도지방의 덩덩이장단을 변주한 것이다. 덩덩이장단은 무속음악이나 노동요 등에서 흔하게 쓰이는 단순한 장단이다.

     가곡 「이별가」는 이별을 넘어선 활기찬 삶의 의욕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이별가」는 삶을 구가하는 이별굿의 역설인 동시에 애절한 마음이 흐르는 사랑의 노래이다(이해식).

악보: 1994. 11. 18. ’94 KBS-FM <신작가곡의 향연> 프로그램 p. 11,

 

관련 논문

     아래의 논문 “長短의 論理에서 創作으로”의 악보를 정리하고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 “長短의 論理에서 適用으로”이다. 이 논문 중에서 「이별가」 부분의 피아노는 전통적인 굿거리장단을 절반으로 나누고 그 순서를 뒤바꾸어서(장단 倒置) 변주한 것과, 장고로 치는 굿거리장단의 평면적인 채편이 피아노에서는 화성에 의한 입체성과 선율성으로 구사됨을 논급하고 있다.

     李海植, “長短의 論理에서 創作으로,” [人文硏究] 第16輯(慶山: 嶺南大學校 人文科學硏究所, 1994), pp. 517~520.

     李海植, “長短의 論理에서 適用으로,” [韓國音樂硏究] 第25輯(서울: 韓國國樂學會, 1997), pp. 271~273.

이해식, “장단의 논리에서 적용으로,” [산조의 미학적 구조론](경산: 영남대학교 출판부, 2006), pp. 157~160.

 

 

     이별굿: 「이별가

     [장단 1] A는 통상적인 굿거리장단이고, B는 굿것리장단의 전후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악보 1]은 전후가 바뀐 굿거리장단을 원용한 나의 가곡작품 「이별가」(박목월 詩)이다.

「이별가」는 최초 Bass 최명용 교수 가곡의 밤 위촉작품이다(피아노/박중수, 1982. 11. 1. 시민회관 대강당/대구). 「이별가」는 초연 후 수정되어서 1994년도 KBS-FM의 신작가곡으로 방송되었다(bass/김진섭, piano/서재희, 1994. 8. 27. 8:00.㏘ 93.1㎒). 또 반주 부분만 재개작하여 ’94 KBS-FM 신작 가곡의 향연에서 중계방송됨(bass/김진섭, 반주/KBS교향악단, 지휘/최승한). 악보/신작 가곡의 향연 프로그램 p. 11, 1994. 11. 18. 8:00.㏘ 93.1㎒ KBS 홀 중계방송/서울.

 

                                                               [장단 1]

 

      변주된 굿거리장단은 「이별가」 section B에서 K(굿거리 kutkŏri)로 묶은 부분이지만 곡 전체에 배치되어 있다. [장단 1] B와 「이별가」의 K부분을 장고로 치면 당연히 스트레스가 채편에 오겠지만 피아노로 치면 그렇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장고의 채편처럼 스트레스를 주기보다는 반대로 stress in pp로 연주해야 피아니스틱(pianistic)하고 음악적이다. 다시 말하면 스트레스는 연주자의 마음속에만 있는 것이다. 이것이 연주 관습(idiom)과 시김새(nuance)에서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의 차이점이다. 한편 장고로 치는 굿거리장단의 평면적인 채편이 피아노에서는 화성에 의한 입체성과 선율성으로 구사된다. 즉 「이별가」 section B에서 Ⓢ(stick 채)로 표시한 패턴들이 그것이다. [장단 1] B를 반복하는 굿거리 패턴에서, f'# ․ b' ․ d" 등의 동음반복은 채편의 형상을, 그 아래에서 하행하는 단편적인 선율들은 피아니스틱한 요소와 대선율의 역할을 한다.

 

 

 

 

                             장산도 씻금굿에서 <손굿>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진과 같이 징과 장고반주에

                             맞추는 엇장단이며, 하나는 무녀 혼자서 즉흥적으로 장고를 두드리며 소리하는

                             덩덩이장단이다. 「이별가」에 차용한 장단은 후자이다. NIkon FE, 촬영/이해식.

 

 

      장산도는 목포 앞 바다에 있는 섬인데 정확한 행정구역 지명은 전라남도 신안군 장산면이다. 이곳 장산면 공수리 1구(마초부락) 847번지에 사는 李忠潤씨 가족이 벌이는 씻김굿은 <진도 씻김굿>과 똑 같다. 그러나 아직 세상의 빛을 덜 받아서 아주 순수하다.

     내가 1980년 8월 17일에 기록한 <장산도 씻김굿> 중에 손님굿이 있다. 이 굿은 여무(女巫) 혼자서 장고를 세워 놓고 즉흥적인 덩덩이장단을 두드리며 손님을 맞이하는 손굿 과장(科場)이다. 굿에서 치는 장단은 모두 굿거리장단이다. 따라서 악센트가 즉흥적인 덩덩이도 굿거리로 본다. 「이별가」 C 부분은 이 덩덩이장단을 화성적인 체계로 변주한 것이다. 피아노에 원용된 손굿장단은 로큰롤(Rock’n roll)처럼 4/4박자의 24박에 스트레스가 주어져 있다. 따라서 이것은 4/4박자지만 고동박은 둘로 느껴진다. 그럼 왜 2/4박자로 기보할 것이지 4/4박자로 적어서 복잡한 이론을 만들어 내는가? 그것은 템포를 제어하는 데 목적이 있다. 큰 박자는(4/412/85/4)는 박의 빠르기가 사실상 같다 하더라도 작은 박자(2/46/8)보다 더 느리게 느껴진다(Paul Creston(崔東善 譯), “리듬의 要素,” [리듬 원리], p. 35). 이런 현상은 한국의 장단에서도 마찬가지인데, 例를 들면 3拍子 하나로 된 세마치장단보다는 3拍子 둘로 된 굿거리장단이 좀 더 느리고, 3拍子 둘로 된 굿거리장단보다는 3拍子 넷으로 된 중모리장단이 더 느리다(李惠求,"長短의 槪念," [韓國音樂硏究] 第19輯, p. 16).

     손굿은 흥겹고 리드미컬하게 손님을 맞이하지만 이승 아니면 저승으로 떠나는 이별의 덩덩이 장고는 피아노에서는 어두운 불협화음으로 변주되어 무겁게 들린다. 그러면서도 한국장단의 특징인 ‘흥’이 「이별가」의 전곡을 관통한다. 이 ‘흥’은 표면적으로 빈번한 전조와 함께 즐거운 대선율로 나타난다. 한국 사람에게는 슬픈 이별도 굿이 된다.

 

이별가(김진섭 orchestra)-1.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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