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식 작곡 № 97. Flute와 25현금을 위한 [바람터]
KBS-FM 제45회 FM국악무대 <25현 가야금 대축제> 위촉작품. 1999. 6. 12. KBS홀/서울.
[바람터]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작품임. [바람터]의 자세한 작곡노트는 [이해식의 작곡노트 넘겨보기], 경산: 2006, 영남대학교 출판부(053-810-1801~3), 393쪽에 있음.
아래 오디오는 2004. 10. 8.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 미래악회 제29회 작품발표회 실황 녹음임.
CD는 미래악회 작품집Ⅲ(2005, 서울음반), track 7~9.
flute/김희숙, 25현금/송정민
우륵 선생님 전상서
우륵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선생님께서 12현 가야고를 들고 신라로 오신지 실로 1500여년 만에 가야고에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그 중의 하나가 25현금입니다. 가야고가 옛 중국의 쟁 ―또는 공― 을 본받아서 만들어진 것처럼 현재의 25현금도 중국에서 들어왔습니다. 서양 젓대(flute)와 함께 연주하는 「바람터」는 Phrygia 선법으로 작곡되어서 전통적인 국악사회의 정서와는 아주 다릅니다. 그러나 선생님 시대의 신라 미술이 옛 그리스와 관련된 미술사로 보면 제 작품들의 음계소재가 되는 그리스선법은 전혀 생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논문 중에는 경상도쪼(調)의 민요와 범패가 그리스선법과 닿으리라고 유추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Phrygia 선법은 유럽으로 유입되기 이전의 그리스에서는 Doria선법이었습니다. 플라톤은 그의 [國家論]에서 젊은이들의 음악교육에 Doria와 Phrygia 선법이 적합하다고 역설하였습니다.
선생님께 레슨 받은 세 명의 제자가 건방지게 선생님의 음악이 번다하고 음란하다고 했는데, 혹시 선생님의 음악이 당대의 조류(潮流)보다 앞서가는 기악적(伎樂的)이고 외래적인 춤곡이어서 그런 건 아니었는지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저의 「바람터」도 소리 가지가 너무 번잡한 것은 가야고와 flute가 각기 독주곡으로도 연주할 수 있도록 작곡되어서 그렇습니다. 아마 선생님의 제자들이 들으면 까무라칠만큼 방방 뛸 것입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바람터」의 1악장에는 <자진난봉가>가 감추어져 있고 2악장은 accent가 복잡한 poly rhythm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경기도 고양군의 <호미걸이소리>가 몇 소절 들어 있습니다. 1악장이 축소된 coda는 motive를 곱절로 빠르게 연주하는 Blues의 double time style입니다(.Blues는 재즈의 진양조입니다).
「바람터」의 뿌리는 저의 가야고 독주곡 「구름터」(1970)와 flute와 18현 가야고를 위한 「춤터」(1994)입니다. 「구름터」는 바람에 구름 가고 달 가는, 제가 태어난 동네 이름입니다. 그곳엔 농부들이 춤추는 춤터도 있습니다.
우륵 선생님!
바람처럼 오셔서 저의 「바람터」를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사람의 삶이 잠시 바람이 멈춘 한 순간인 것을...
2004. 10. 8. 이해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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