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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소리 -2- column

노고지리이해식 2009. 6. 24. 08:02

 

매일신문 column "每日春秋" 1984. 8. 1./대구

 

 

상여소리(1984. 8. 1)

李海植<嶺南大 국악과 교수ㆍ작곡>

 

북망산천이 머다더니 저 건너 저 산봉이 북망이로구나

어허넘차 너허.

다락같은 집을 두고 인지 가면 언지나 올까

어허넘차 너허.

맹년 풀이 피면 오실라나 잘 있그라 잘 살아라

어허넘차 너허(예천)

 

사람의 일생에서 관혼(冠婚 ceremonies of coming age and marriage)은 살아서, 상제(喪祭 funeral and ancestral worship)는 죽어서 치르는 통과의례(通過儀禮 rite of passage)다.

상여소리는 상례 때 부르는 의식민요로서 생활구조가 많이 변천된 지금은 들어보기 어려우나 우리 조상의 생활정서와 인생철학이 새겨진 만가(輓歌 상여소리)이다. 초상(初喪)이 생기면 온 마을에 터부(taboo 禁忌)가 발동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의 광장을 이루며 장례를 치르기 위한 협동태세에 들어간다. 이 협동의 구체적인 보기가 상부상조(相扶相助)하는 상두계(또는 향두契ㆍ喪布契)이며 오늘날도 미풍으로 존속되는 곳이 많다.

 

                                          앞산도 첩첩허고 뒷산도 첩첩헌데

                                          여보소 상두계원들 이 내 말 들어 보소

 

이와 같이 청승맞은 초성과 온갖 구성진 너름새로 요령을 흔들며 상여머리 움켜쥐고 소리 메기는 사람을 수번(首番)이라 부르는데 많은 문서(文書 가사)를 알고 있어서 이 마을 저 동네로 팔려 다니기도 한다.

 

                                잘도 가네 잘도 가네 우리 기운들 다 잘 맞네

 

이와 같이 상여소리는 상두꾼의 발맞추기와 무거움의 피로를 견디는 운반노동요의 기능도 가진다. 그런가 하면 출상 전날 밤의 행상 예행연습을 전북지방에서는 대오라기, 충청도지방에서는 장맞이, 한강 연안에서는 건걸(巾車)이라 하고, 국상(國喪)일 때는 습의(習儀)라 한다. 달밤에 언덕 넘어 들려오는 대오라기 소리는 일말의 카타르시스(catharsis)를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흥겨움으로 바뀌어서 유희적인 상여놀이가 되는 수도 있다 .

가난한 행상을 육방망이라 하고 풍악 울리고 춤추며 멋거리 있게 놀면서 가는 행상을 줄무지라 한다.

우리 나라는 풍수지리설에 의한 명당을추구하는 화장(火葬)아닌 매장(埋葬)으로써 긴 시간 먼 거리를 가야했던 장송행렬이 방방곡곡에 독특한 장송가무를 발달케 하였다. 또 상여소리는 탈춤이나 판소리에 삽입가요로써 전해 오는데 다음은 심청가에 나오는 그 일부이다.

 

어노 어허넘차 어리가리 넘차 너와 너

땡기랑 땡기랑 어허넘차 너와 너

현철허신 곽씨부인 행실도 음전허고

재질도 특수터니마는 어느 사이 죽었네 그려

어이가리 넘차 너와 너(창/김소희)

 

토속민요를 수집하면 자연히 노인들을 상대하게 되는데 상여소리를 권유할 때 가장 송구스럽다. 또 죽음의 극한성이란 선입감 때문에 누구나 다 꺼려 하지만 유불(儒佛) 도교(道敎)의 요소가 복합되고 현실과 이상이 다리 놓아진 상여소리는 어쩌면 우리의 무의식 속에 흐르는 재생 추구의 꽃 세계인지도 모른다. 또 우리의 추억 속에 머무는 진실한 인생송가인 것이다.

 

인제 가면 언제 오실라요

병풍에 그린 닮이 훼를 치면 오실라요

어이가리 넘차 너와너…

 

참고 문헌

김소희 LP<심청가>, 서울: 성음제작소 출판부, 1974.

이해식, “한국의 상여소리 연구,” [낭만음악] 제17권 제2호(통권66호) 2005년 봄호(서울: 낭만음악사), 55~102쪽, 또는 이해식 논문집 [산조의 미학적 구조론](경산: 영남대학교 출판부, 2006), 480~5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