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길목에서

동네 식당에서(2010. 7. 18)

노고지리이해식 2010. 7. 19. 13:40

 

 

 

동네 식당에서

 

 

저녁을 때우러 동네 식당엘 갔다. 내가 앉은 옆 식탁으로 가족으로 보이는 네 사람이 들어섰다. 그들은 앉기도 전에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순두부 3인분을 주문한다. 그러고서 앉은 다음에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가 순두부 2인분과 김치찌개 1인분을 다시 주문한다. 음식은 먼저 주문한대로 순두부 3인분이 나오자 여자는 주문한 음식이 아니라고 다그친다. 내 등 뒤여서 보이진 않아도 주문을 따로 받은 식당 직원들이 난감해하는 분위기 속에 순두부 1인분이 반려(返戾) 되었다. 남자는 괜찮으니 그냥 가져오라 하고 여자가 김치찌개가 들어갔느냐고 물으니 주방에서는 끓기 시작한다는 대답이 넘어온다.

잠시 뒤에 김치찌개가 나오고 남자가 비닐 주머니에 싸온 주먹밥을 풀어냄을 보고서야 네 식구가 3인분을 주문한 까닭을 알았다. 남자가 싸온 밥을 순두부에 비비면서 네 식구의 화목(和睦)한 식사는 시작되었다.

‘화’(和)란 禾+口로써 곡식을 함께 먹는다는 뜻이다. 가족은 곧 식구(食口)이며 식구란 음식을 함께 먹는 구성원이다. 사람은 음식을 함께 먹을 때 빨리 화목해진다. 또 악기를 연주하면서 지고의 앙상블(ensemble 合奏)을 이룰 때, 즉 호흡이 잘 맞을 때는 ‘화’(龢)이다. 이 회자(會字)는 13管으로 된 작은 생황(笙篁)을 의미하며 생황은 화음을 낼 수 있는 악기이다. 이 글자를 해체해 보면 한 지붕(亼) 아래에서 세 사람이 악보(冊)를 보고 피리소리(세 개의 口)를 맞춘다는(禾) 뜻이다. 이로 보면 고대 그리스에서와 같이 음악을 배우고 가르침은 사회성(sociality)을 기르는 첩경이라 하겠다. 동양(중국)에서는 음악과 춤을 질서와 중용의 핵심인 화(和), 즉 예악(禮樂)으로 파악하였다.

내가 다니는 식당은 이른 아침에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빗질을 한다. 아마 이런 부지런함이 식사시간이면 자리를 드물게 하고 식당 앞은 먼 데서 온 손님들의 승용차가 늘 줄지어 서있게 하는 거 같다.

 

아래 사진은 식당 문밖에 있는 식탁인데 여기 통나무에 앉아서 수리산의 아름다운 계절 변화를 보고 바람소리, 비소리, 눈이 내리는 우주의 춤을 보고 들음도 즐거움이다. 사람은 우주의 극히 일부분이다(2010. 7. 18).

 

 

 

 

 ▲ 군포 수리산 아래 능안공원 입구(2009.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