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정의 작품집 출판에 즈음하여
내가 안현정의 작품을 처음 들은 건 방송을 통해서였으니, 1998년 제9회 KBS 서울 국악대경연 창작부문 대상 작품이었다. 국악관현악법(orchestration of Korean music)에 관심을 두는 나에게 신예 작품이 이토록 참신하고 역동적(dynamic)이라면 우리 나라 창작국악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직감했다. 과연 그 후로 안현정의 끈기있는 창작활동은 이런 기대를 충족하고도 남음이 있다.
안현정은 마치 수(繡 embroidery)를 놓듯이 음표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뜨면서 독특하게 작품의 다양성(variety)을 구사한다. 그리하여 이 수틀이 작품집으로 출판됨에 성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출판은 그의 기록인 동시에 국악창작의 일익(一益)이고 국악사의 일익(一翼)임에 틀림없다.
평소에 내가 본 안현정은 그저 온화하고 온정있는 한 여인(woman)이지만 그의 온화함이 작품에서는 변통성(flexibility)이 되고 온정은 열정이 됨에 나도 놀란다.
안현정의 작품목록에 들어있는 <달ㆍ바람ㆍ노을ㆍ강> 등의 세목(item)들을 나는 우주음악(musica mundana)의 구성물로 본다. 안현정은 이들 흐름(stream)이 공통인 구성요소로 그의 작품세계를 우주처럼 디자인(design)한 것이다. 이 디자인 속에 안현정이 잊지 않음은 곧 탱고(tango)이다. 탱고는 보기도 듣기도 좋은 외래의 춤이지만 탱고가 내포하고 있는 애련함이 안현정의 온정과 통했음으로 보인다. 이 애련함은 우주의 <노을>이다.
노을은 인간이 성취하려는 모든 예술의 원천적인 소재이며 서천서역(西天西域)의 유토피아(utopia)이다. 안현정이 출판하는 이 작품집은 그의 음악적인 이상향(理想鄕)을 아낌없이 펼쳐보임이니, 나 또한 아끼지 않고 이를 재차 성원한다.
2010. 9.
이해식(작곡가ㆍ영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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