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트(ment)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원고는 보통 signal- announcement- signal-announcement의 순서로 시작된다. 여기서 처음 announcement는 <흥겨운 가락> 등의 방송 타이틀이고 두 번째 announcement는 “애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등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는 첫 인사이다. 넓게는 signal을 포함한 이 네 부분을 opening이라고 하며 좁게는 두 번째 announcement인 첫 인사를 보통 방송계의 관용어로 첫 멘트, 또는 openingment라고도 부른다. 방송 프로그램이 끝날 때는 끝 멘트로 closingment라고 부른다. 이른바 콩글리시(Konglish)이다. 이제 이런 방송 관용어는 방송계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어 볼 수 있는 외래어가 되었다. 밑의 파일은 내가 KBS-라디오의 국악 프로듀서일 때 맡았던 국악 DJ(disk jockey) 프로그램 <흥겨운 가락>의 openingment이다. 이런 openingment는 언제나 거의 일정하니까 매 번 원고를 구성할 때 쓰지 않고 아예 두꺼운 표지에 써 두고 이 뒤에 디스크 선곡(選曲)과 구성 원고를 첨부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였는데, 이런 아이디어는 바쁘게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데서 나온 방편이었다. 또 이런 DJ 프로그램은 대개 신참 아나운서들이 교대로 배정되었으며 그들이 방송 마이크에 익숙해지면 종이에 적어놓은 고정 멘트 보다는 그들 나름대로의 창의적인 멘트(인사말)를 발휘하였다. 밑의 파일은 이런 아나운서들이 남긴 openingment 흔적이다.
앞면
뒷면
방송원고(민요의 고장)
signal
title: 민요의 고장
signal
openingment
music: 보부상(등짐 장사꾼) 노래
담당 아나운서가 녹음에 앞서 낭독할 원고에
역slash로 숨쉬는 지점을 표시해 두었다.
※ 아래는 본 blog, category <매일춘추>(1991년) column에도 있음
멘트(1991. 10. 10)
李海植<嶺南大 교수ㆍ국악>
라디오나 텔레비전 또는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여러 가지 사항을 전문적으로 방송해주는 사람을 아나운서(announcer)라 부른다. 방송 매체의 눈부신 발달과 함께 방송의 현장감을 살리는 기자ㆍ앵커맨ㆍ리포터ㆍ해설자ㆍ평론가ㆍ통신원 등으로 아나운서의 역할이 나누어지면서 각기 그 영역은 독립성을 띠고 있다.
그런데 방송을 위해서 원고에 적는 내용이나 알려줄 사항을 통틀어서 아나운스먼트(announcement)라고 하지만 방송계에서는 언제부터인지 이를 줄여서 <멘트>로 통용한다.
프로그램 제작자(PD/producer or planning director)가 스튜디오 밖에서 “멘트를 좀 길게 해 주시오.” 또는 “짧게 해 주시오.”라는 신호에 따라 출연자는 길거나 짧게 조정하여 정해진 시간에 맞춘다.
음악프로를 제작할 때는 대개 출연자의 멘트만 따로 따서 녹음하고 나중에 제작자(producer)가 음악을 끼어 넣으면서 편집하여 프로그램을 완성한다. 이렇게 하면 출연자는 짧은 시간에 여러 프로를 제작할 수 있고 일이 빨라서 편리하겠지만 제작자는 사후 편집에 시간을 많이 들이는 불편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 무엇보다도 직접 음악을 들으면서 제작할 때의 재치와 멘트의 생명인 즉흥성을 기대할 수 없다. 이처럼 <멘트 따로 음악 따로>의 제작 편법은 방송사의 시설부족과 제작자의 업무과다로 인해서 생긴 방송계의 오랜 관습이다.
전파의 엄청난 공시적(共時的) 영향을 생각한다면 방송의 지원기관이 PD 위에 관료적으로 군림하기보다는 오히려 제작 여건을 개선하고 충분히 연구할 시간을 주는 것이 방송사와 시청자를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멘트라는 용어는 라디오 쪽에서 더 쓰이는 관용어다. 시그널 음악이 흐르고 프로를 시작하는 인사말을 오프닝멘트(opening-ment), 마감하는 말을 크로징멘트(closing-ment)라 하는데 단어구성이 맞지 않으나 방송가의 실용어다. 바쁜 생활 속에서 좋은 멘트를 듣는 것도 활력소를 얻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에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송멘트가 더 많아지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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