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는 글
때는 바야흐로 결실의 계절이요 음악학도에게는 연주의 계절입니다.
풍성한 결실은 인간의 마음을 풍요롭고 평화롭게 하며 무엇보다도 거듭나게(reborn) 합니다.
저희 국악과 졸업생들의 풍성한 졸업연주회가 사흘 동안 계속됩니다. 졸업연주를 하는 기간은 또한 학예(學藝 literary and artistic)의 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의 축제는 굿(祭儀)과 관련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면서 강한 공동체 사회를 생기게 합니다. 그러면서 거듭나며 이 거듭남이 곧 재창조(recreative)의 출발점이 되는 데에 음악대학 졸업 연주회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졸업연주는 끝이 아니라 지나온 대학 삶의 구두점이요 새로운 사회를 연주하는 출발점이라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 졸업연주회의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들은 지난 4년 동안 음악적 지식과 창의성, 감정 등의 모든 연주 요소를 몸과 마음으로 열심히 갈고 닦아 왔습니다. 즉 학문과 예술에 정진한 것입니다.
제가 졸업연주를 학예의 축제로써 굿과 연관한 까닭은 굿은 가장 먼저 제의와 의식절차로써 신성의 대상인 하늘이나 신령이나 조상에게 드리는 경건한 예배이기 때문입니다. 연주(play)가 중심이 되는 이 엄숙한 제의는 마침내 여기 오신 여러분과 함께 즐거운 <연주 굿>으로 전이(轉移 transition)될 것입니다. 이 연주 굿을 하는 동안에 부디 여러분이 연주자들과 더불어 생활의 활력을 재충전하고 궁리 하는 가운데 조금치라도 거듭남의 필(feel)을 느끼시어 올 가을의 풍성한 결실을 하나씩 더해 가시기를 바랍니다.
2007. 10. 8.
영남대학교 음악학부 국악전공주임 이해식
참고 문헌
이상일, [축제의 정신], 서울: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1998.
Robert Jourdain(채현경ㆍ최재천 옮김),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 서울: 궁리출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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