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 2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창단40주년 기념공연에 관하여. 2005. 4. 14.

노고지리이해식 2006. 9. 30. 22:20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창단40주년 기념공연 <樂經不惑>에 관하여


李海植(영남대 교수) 2005. 4. 14.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창단 40주년 기념공연에 대한 소감을 적는다.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이 앞으로 올 40년을 더하면 100년을 바라보는 80성상이 되므로 그 때는 지금보다 더 두툼한 한 권의 경서(經書)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주회는 정기연주회로써만 272회째여서 40이란 수자의 7배에 달하며, 여타 연주회까지 합하면 시립국악관현악단이 쌓은 경서는 셀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자심리도 좋지만 좋은 연주여건을 잘 갖추어서 시민들에게 더 좋은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 시립국악관현악단의 첫째 사명일 것이다.

이번 연주회의 전반은 전통음악 중에서도 정악으로 편성되어서 호감이 가고 앞으로도 정악을 꼭 편성해 주길 바란다. 왜냐 하면 국내 거개의 국악관현악단이 수준이 의심되는 대중취향의 선곡이어서 그것을 모두 격조와 품위있는 classical concert로 보기도 어렵거니와, 더구나 국악관현악단의 정체성(ID)으로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이 연조는 물론 연주수준과 내용이 최고 수준의 metropolitan philharmonic이 되기를 바란다.

본문은 내가 본 후반의 창작곡 프로그램에만 한정한다.

첫째 양복 착용을 환영한다. 이것은 전통 의상을 착용한 전반 프로그램과의 대조이다. 의상이 연주분위기와 시각적 선입관을 좌우할 수 있지만 나의 견해로는 완성도가 낮은 디자인이나 세련되지 않은 색조의 개량된 한복 연주복 보다는 차라리 서양 스타일의 연주복이 편하다는 말이다. 국내의 모든 국악관현악단이 이런 서투른 연주복을 입기 시작한 것은 국악을 연주하는 악단이 왜 서양 연주복을 입는가라는 원리주의자와 같은 시비에서부터인데, 악기는 연주 매체(media)이지 ideology가 아니어서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연주이다.

후반의 프로그램은 지난 3월 11일 서울시 청소년국악관현악단의 창단연주와 관련하여 종래에 내가 인식하고 있던 인상이나 선입관을 완전히 바꾸게 한 연주였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고 있던 시립국악관현악단의 소리(sound)와 선곡의 방향이 완전히 일신되었다는 말이다. 이것은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의 눈에 보이는 향상이고 빛나는 발전이다.

그러나 국내 모든 국악관현악단에 문제점은 있다. 거의 모든 국악연주는 증폭(增幅)되는데(amplified) 이때의 관건은 Mic. setting과 audio mixing이다. 아무리 좋은 연주래도 연주 당일의 orchestration은 audio man의 손에 달려 있다. 현대는 어느 연주이건 기록(recording)과 방송(broadcasting)과 관련하여 audio system을 피할 수 없으므로 특히 국악관현악단은 이와 연계된 깊은 연구가 따라야 할 것이다.

이날의 대미(大尾)로써 대편성을 요구하는 <합창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두레사리>는 공력(功力)이 돋보이는 우수한 연주였으나 호미걸이소리의 남성(男聲) 모가비(母甲)가 여성(女性) 모가비로 바뀐 것은 작곡자를 비롯하여 아무도 예상치 못한 detail이었다. score대로 남성 모가비였더라면 더 역동적이고 민속적인 연주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 연주를 계기로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은 최고(最古 oldest)에서뿐만 아니라 최고(最高 top)의 paradigm을 갖는 악단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