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교수의 독창회에 즈음하여
제가 부러워하는 세 가지 중에 '소리 잘하는 사람이 가장 첫째입니다
그것은 공자(孔子)가 좋은 음악을 들은 감동으로 사흘 동안이나 고기 맛을 잊었다는 논어*의 에피소드처럼, 좋은 음악이 사람을 오랜 기간 감동케 하는 힘은 동서고금이 다 마찬가지이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저는 '소리 잘하는 사람'을 늘 하늘의 은사(恩賜)를 받았다고까지도 생각합니다.
김성호교수는 실제로 성성(聲性)이 가득 찬 ‘소리’ 잘 하는 사람으로 타고 났으며 그것은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1987)에서 부성(父性)이 넘치는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Di provenza il mar il sol)의 열창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지금도 김성호교수가 부르던 넉넉한 저력과 잔잔한 여운의 이 아리아를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즌은 열려서 여기저기서 봄맞이 한다는 소리들이 성시를 이룹니다. 그러나 봄은 결코 사람들이 재촉하고 떠들어서 오는 건 아닙니다. 진정한 봄의 소리는 보이지 않는 땅 밑으로부터 하늘을 향해서 올라오는 무수한 생명들의 놀라운 저력입니다. 이와 같이 김성호교수의 타고 난 성음도 생동하는 봄의 생명력 같은 저력이요 강력한 매력이라 하겠습니다. 김성호교수는 지난 달 소리의 본바닥인 이탈리아로부터 막 귀국했습니다. 그 사이 유학의 여독을 풀지도 못하고 부지런히 온축(蘊蓄)해 왔던 소중한 소리의 보따리를 풀어 보이겠다니, 그 궁금증도 크거니와 더불어 이 시대에 누구보다도 한껏 우렁차게 봄을 여는 소리를 기대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김성호교수의 독창회를 축하하고 와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1995. 3. 27.
영남대학교 음악대학장 이 해 식
*子在齊聞韶 三月不知肉味. 曰不圖爲樂之至於斯也. [論語] 第七 述而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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