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 2

동문음악회에 부치는 말. 1994년 11월 12일

노고지리이해식 2006. 8. 29. 00:24
 

  


 

동문음악회에 부치는 말


공자는 옛날 선배들의 예악이 소박하고 지금 후배들의 음악이 군자적(君子的 문화인다운)이라고 말하면서, 만약 그들 중에서 하나를 택한다면 옛날 선배들의 것을 쫓겠다고 했습니다.*

무릇 진정한 음악이란 기(伎 재주)에 치우침도 아니요 앞서는 미설(미(美說 말만 앞세움)에치우침은 더욱 아닙니다. 무엇보다 가슴 속에서 울어 나오는 음악이 참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생동안 음악을 예절의 수단으로 주장한 공자가 검소한 선배의 음악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는 당연합니다. 아무래도 선배들의 가슴은 더 넓고 깊기 때문이 아닐까요?

세월의 고하를 불문하고 서로가 스스럼없이 모이는 동문(同門)이란 자로 가늠할 수 없는 마음의 창문이요, 가 없는 넓은 마당입니다. 오늘 영남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한 동문들이 펼치는 음악회는 동양적인 의미의 예()와 서양적 의미의 기()에 더하여 훈훈한 마음이 어우러진 영원한 동문의 축제라 하겠습니다.

본시 축제란 그 자체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창조를 위한 인간의 본성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의 잔치가 졸업한 동문들에게는 재창조의 기틀이, 후배들에게는 사랑과 자극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음악회의 출연자들에게는 축하의 꽃다발을, 청중에게는 마음으로부터의 감사를 드립니다.


1994. 11. 12.


영남대학교 음악대학장 이 해 식


 

*子曰 先進於禮樂 野人也 後進於禮樂 君子也 如用之則吾從先進. 孔子, [論語] 第十一 先進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