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1976. 3. 14)
소멸돼 가는 토속민요
뒤늦은 발굴… 그나마 가사따로 가락따로
과학적 채집 서둘러야
한국고유의 土俗민요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任東權교수(中央大)ㆍ韓萬榮교수(서울音大)ㆍ權五聖씨(한국방송공사 라디오 운영부 심의실 차장)ㆍ李海植씨(한국방송공사 라디오 제작부) 등 민요연구가들에 따르면 그나마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토속민요가 최근 농어촌까지 급속도로 파고든 근대화의 물결에 밀리어 거의 사라져 갈 위기에 처해있다.
전국의 민요를 새로 발굴하여 보급시키고 있는 李海植씨는 “변질된 유행민요와 대중가요들의 범람 때문에 토속민요가 밀려나고 있다”고 밝히면서, “희미하게나마 민요를 기억하고 있는 나이 많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루빨리 민요를 채집하는 작업을 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씨에 의하면 현재 민요채집은 어느 때 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각각 개별적으로 채집되고 있는 것이 문제.
中央大 任東權교수는 전국 각 지방의 민요를 두루 찾아내기 위해서는 민요를 채집하고 연구하는 사람들 서로가 자료 및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한 다음 “수집된 민요를 채보하고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국가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현재 채집된 민요는 가사로서만 알려지고 문학적으로만 연구 되었을 뿐 가락 리듬을 곁들여 보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음대 韓萬榮교수는 “민요는 가사뿐만 아니라 가락까지 곁들였을 때 참다운 맛이 살아난다”고 지적하고 민속학자ㆍ국문학자ㆍ음악가ㆍ사회학자ㆍ인류학자 모두가 공동으로 참여해야만 비로소 올바른 민요채집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S라디오 운영부 심의실 차장 權五聖씨는 “최근 고유민요의 가락과 가사를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채 이른바 ‘現代化’시키는 과오를 범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민요를 現代化시킬 때는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민요는 옛 서민들의 생활ㆍ감정ㆍ사상이 가장 잘 깃들여 있는 노래, 따라서 어떤 노래보다도 민족의 哀歡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그러나 민요는 양반들과 외래문화 사대주의자들에 의해 소외당해 왔으며 일제시대의 문화말살정책ㆍ서양문물의 홍수에 밀려 갈수록 발붙일 터전을 잃어갔다. 특히 근래에 와서 기계문명이 농어촌에 도입되고 근대화가 진전됨에 따라 토속민요의 消滅度가 그만큼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토속민요를 가장 많이 채집하여 보급하고 있는 기관은 한국방송공사 라디오 제작부. 1968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천5백곡을 발굴한 것이다.
매년 6차례에 걸쳐 민요를 채집해온 이해식씨는 우리나라의 민요는 勞動謠ㆍ婦女謠ㆍ儀式謠ㆍ儀式謠ㆍ놀이謠ㆍ巫俗謠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노동요가 가장 많이 발굴됐다고 밝혔다.
이씨가 돌아본 지방별 민요의 특성을 살펴보면 전라도 지방은 민요의 寶庫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민요가 다양하다. 구성진 진양 조 가락의 장식음이 많으며 흥겨운 중모리ㆍ중중모리 가락이 主調를 이루고 있다. 경상도 지방은 비교적 단순한 가락의 서사민요가 많다. 또 경상도 특유의 꿋꿋한 기질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강원도 지방은 염불형태에 우수가 깃든 멜로디가 특색이며 충청도는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나타낸 婦女謠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金連淑 기자〕
'신문 기사(Jour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종 흐뭇한 환상ㆍ感興에 젖어/대구매일신문(1984. 9. 20) (0) | 2007.04.17 |
---|---|
期待되는 젊은 作曲家 /전북일보(1968. 2. 16) (0) | 2007.04.17 |
현실의 국악을! 1990. 4. 1. (0) | 2007.04.17 |
나의 80년대 설계, [중앙일보], 1980. 1. 12. (0) | 2007.01.08 |
종교와 음악. 1979년 1월 31일 (0) | 2006.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