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길목에서

모정에 관한 몇 가지 추억들

노고지리이해식 2010. 10. 11. 09:05
 

 

지금 배경음악은 dancing concerto grosso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춤두레>로써 제가 살던 고향의 메굿(풍물)소리입니다.

 

모정에 관한 몇 가지 추억들...

 

이해식 작곡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춤두레> 

 

 

  

동문 舊友들!

일교차가 심한 계절이어서

모두들 건안하심을 기원합니다.

위 image의 왼쪽은 제가 살고 있는 棟 옆에 있는 모정(茅亭 또는 洠亭)이고

오른쪽은 團地 뒤안길입니다.

이 뒤안길 오른쪽으로 신작로 건너에 수리산이 있습니다.

저는 이 수리산 약수로 녹차를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뒤안길 끝에는 놀이터(공원)가 있는데

이곳에는

몇 점의 health 기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중에

아래 shilouette image는 제가 애용하는 warming arm입니다.

 

 

            shilouette/warming arm

 

일상생활이

컴을 끼고 있어서 견비통 예방, 또는 물리치료를 위해서는

이 warming arm이 아주 유익합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살던 시골 洞口에는 모정이 있었습니다.

가본지가 오래지만 그 모정이 지금도 그 자리에 있을 거 같습니다.

동내 일꾼들은 먼동이 트면서(日出) 들로 나갑니다.

농사 중에서도 애벌ㆍ두벌ㆍ만(滿)두레, 이렇게 세 번 논매기가 가장 힘든 과정이어서

일꾼들은 특별히 논매기할 때만 점심참 후에 모정에서 낮잠을 잡니다(마치 España Siesta처럼).

이 모정은 또 동내 사람들의 광장이어서 잡담, 동내 여러 가지 일들을 알 수 있는 곳입니다.

 

논을 맬 때 저는 일꾼들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흙더미에 쓰러진 모 포기를 추겨 세우면서

모포기 사이로 쫓겨 다니는 송사리 떼도 보고 우렁이도 건졌습니다.

그러면서 때로는 잔심부름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밤에는 동내 사람들이 부르는 육자배기, 춘향가 쑥대머리를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회고해보면 제가 살던 곳에서는 농경민요를 전혀 들어 볼 수 없었습니다.

1995년에 MBC(문화방송)에서 집대성한 [한국민요대전] 전라북도편에서도 부안은 다른 인근 지역에 비하여 어업민요 말고는 농경민요가 그다지 풍성치 않습니다.

 

많은 남성일꾼들이 굴신하면서 논매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마치 mass dance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충청도에서는 <어허굼실 대허리야>라는 논매기 소리가 있습니다.

점심때가 되거나 해질녘이면 남아있는 논 구석을 대충대충 매고(非整齊的) 일어서면서 부르는 소리가 <몬돌소리>입니다. 역시 충청도 농경민요입니다.

 

제가 살던 동내 사람들은 명절이나 행사가 있으면

동내 고샅이나 우물, 모정을 돌면서 풍장(농악)을 치고

집집마다 정지(부억), 잿깐(화장실) 등을 드나들면서 풍물을 칩니다.

또 제가 살던 동네는 추석 때 연극이 유명해서 동내 청년들은 이 연극 비용을 위한 풍물을 쳤습니다.

 

제 어릴 때의 이런 추억들이 고스란히 제 작품 배경이 됩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춤두레>입니다. 이 작품은 원래 KBS국악관현악단 제121회 정기연주회 위촉으로 제가 2000년에 작곡한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입니다. 이 작품은 주로 피아노와  타악기(bongoㆍwoodblockㆍ꽹과리ㆍ장고ㆍ춤북ㆍ징)가 jazz band처럼 춤추면서 벌이는 dancing concerto grosso입니다. 여기서 concerto grosso 부분인 피아노와 타악기만 따로 편성하여 동년 한 달 후에 미래악회 제25회에서 연주한 게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춤두레>입니다.

 

 

이해식 작곡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  

 KBS국악관현악단 제121회 정기연주회 위촉 작품. piano/서재희, 지휘/임평용.

 2000. 9. 21. KBS-Hall. 

 

 

이해식 작곡 dancing concerto grosso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에서 장고춤  

 

 

아래는 작곡자의 말입니다.

 

                            작곡자의 말

<두레>는 농경시대의 협력을 위한 전통적인 참여연대 같은 것이다. 풍농을 기원하는 참여연대들의 행사에는 춤이 중심이 되는 여러 가지 놀이가 따른다. 이른바 <두레굿>이다. 여기서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를 농사의 협력을 높이는 <두레>와 관련하여 <춤두레>라는 제목을 생각해낸 것이다.

이 협주곡은 A(6/8, ♩.=ca. 52, B(4/4, ♩=112 tempo giusto), C(12/8, ♩.=ca. 55)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춤두레>는 C에서 이루어진다. 즉 선반의 꽹과리ㆍ장고ㆍ북이 전통적인 두레복장으로 피아노와 대응하는 앙상블(counter playing)을 전개한다. 태평소는 음량의 균형을 위하여 무대 준비실에서 연주한다. 생황을 포함한 전통악기의 편성 외에 봉고ㆍ탬버린ㆍ우드 블럭ㆍ첼로ㆍ혼 등이 추가된다.

이 작품은 국악관현악과 서양음악의 가장 상징적인 피아노와의 최초의 협주곡인 만큼 연주 효과와 함께 음악사적인 의미도 궁금해진다(이해식).

 

지금 배경음악으로 들리는 게 dancing concerto grosso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춤두레>로써 제가 살던 고향의 메굿(풍물)소리입니다.

 

piano/서재희, bongoㆍwoodblocks/박보형, 꽹과리/이승훤, 장고/이수정, 춤북/김문섭, 징/박은혜, 2000. 10. 27. 연강홀/서울).  

                      http://blog.daum.net/hsik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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